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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폰스 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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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름다움을 누릴 권리가 있다”
대중 속으로 파고든 예술가, 알폰스 무하

『알폰스 무하』는 그동안 우리가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예술가를 소개해 그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예술가의 초상’ 시리즈의 첫 책이다. 19세기, 아르누보의 동의어이자 브랜드인 알폰스 무하는 일상에서 예술을 느끼고 싶어 하는 대중의 갈증과 소비에 대한 욕망을 충족시키는 작품을 탄생시켰다. 자연을 모티브로 한 상징, 유려한 곡선, 장식적인 패턴은 당대 최고의 스타를 그린 무하의 포스터 〈지스몽다〉 〈연인들〉 〈사라 베르나르의 날〉 등 파리의 시민을 열광하게 했다.

20세기,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무하는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과 더불어 순수미술에 대한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 파리-뉴욕-프라하의 긴 여정 동안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은 무엇인가’ ‘나는 어디에서부터 왔는가’에 대한 질문을 가지고 있던 알폰스 무하의 이 질문은 정체성과 동시에 창조적 영감과 원천에 대한 물음이기도 했다. 궁극적으로 알폰스 무하는 자신의 영감이 ‘고국과 슬라브 민족’이라는 명쾌한 답을 내렸다. 이러한 원천은 그가 체코 국민으로 프라하시민회관 디자인 작업과 〈슬라브 서사시〉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 책은 절판 이후 새롭게 디자인해 재출간 한 책이다. 알폰스 무하의 환상적이고 만인의 연인이었던 작품과 작가의 일대기를 통해 예술을 통해 일상의 활기와 영감을 기대한다.

편집자의 글

세기말 파리의 불안과 혼돈 속에서
대중의 예술적 갈증을 채워준 아르누보의 거장

‘예술가의 초상’ 시리즈 제1권 『알폰스 무하』는 파리, 뉴욕을 거쳐 프라하로 이어지는 알폰스 무하의 예술 여정을 따라가며 시기별 작품의 특징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색채의 톤을 입으라, 파리」에서는 고국인 체코를 떠나 파리에서 그래픽아트에 아르누보 양식을 유행시킨 무하의 행보와 작품들을 살펴본다. 이 시기 작품들은 화사하고 밝은 색채, 뚜렷한 윤곽선,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여성미를 보여준다.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장식패널 〈사계절〉은 각 계절을 의인화한 그림으로 수줍고 부드럽게 피어나는 봄, 강렬한 소낙비가 갠 듯 구름이 나른하게 깔린 뜨거운 여름, 농익은 레드와인처럼 깊은 가을, 나뭇가지에 고상하게 내려앉은 눈 속의 겨울을 묘사했다.

또한 무하는 우연한 기회로 유명한 연극배우 사라 베르나르가 주연한 연극 〈지스몽다〉 포스터를 그리게 되는데, 이 포스터는 전신 크기라는 파격적인 사이즈와 유려한 곡선으로 얽힌 장식적 패턴, 반투명의 녹색, 갈색, 보라, 핑크, 황금색이 부드럽게 어우러진 밝고 은은한 색채로 단숨에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이후 희곡 〈연인들〉 〈로렌차치오〉 〈사마리아 여인〉 〈메데〉 등의 공연 포스터를 연이어 작업하며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스타일의 그림을 선보인다. 이 포스터들은 저자 김은해의 표현에 따르면 ‘환상적이면서도 왠지 모르게 불안한’ 느낌을 준다. 이는 그가 활동하던 시기, 세기말 파리의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산업사회와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급속한 사회변화 속에서 불안과 소외를 느끼는 대중의 마음을 포착한 무하는 인물의 내면세계, 감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데 공을 들인다. 청년 시절에 예술과 역사에 관한 책을 탐독했던 경험이 채색 석판화 〈살로메〉, 일러스트레이션 〈삼손과 데릴라〉 등 성서나 신화에서 모티프를 딴 작품 속 인물을 그릴 때 빛을 발한다. 무하는 그 인물들을 통해 위기의식과 불안을 느끼는 동시대 사람들의 내면을 드러내고자 했다.

한편, 무하는 비스킷, 주류, 자전거 광고 포스터를 작업하며 대중의 손이 닿는 생활 속 사물을 예술적으로 표현했다. 그가 그린 광고 포스터에는 고혹적이고 관능적인 미인 혹은 청초하고 전원적 순수성을 지닌 미인의 모습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퍼펙타 자전거 광고 포스터에는 바람에 나부끼는 아름다운 여성의 머리카락을 통해 자전거 타기가 주는 경쾌함, 역동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무하는 아름다운 여성 모델을 통해 상품이 지닌 건강하고 관능적인 이미지를 전달할 뿐만 아니라 주도적인 삶을 원하는 여성의 욕망을 도발적인 신여성으로 표현했다. 이는 동시에 팜므파탈을 꿈꾸는 남성의 욕망을 충족시키기에도 충분했다. 무하는 세기말 남성과 여성의 심리를 꿰뚫으며, 시대가 원하는 여인상을 로맨틱하고 강렬하게 그려냄으로써 소비 창출로 연결시킨 영리한 예술가였다.

「현대미술의 산실, 뉴욕」에서는 세계적인 화가로의 도약을 위해 뉴욕행을 선택한 무하의 발자취를 따라가본다. 뉴욕 시절에 무하는 회화와 그래픽아트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서 사진을 찍으며 완성작의 전체 구성을 머릿속에 그렸다. 또한 자신의 예술철학을 강의하며 미학적 원칙과 창작의 테마를 융합시킨 세 가지 개념 ‘황금비율, 자연, 민족’을 확립하고, 민족의 혼과 그 문화적 콘텐츠를 작품 속에 표현하는 꿈을 키워 나간다. 그리고 자신의 꿈에 재정적인 지원을 해줄 후원가를 찾아 부지런히 사람들을 만나고 인맥을 쌓아갔다.

평생의 꿈이던 ‘장엄한 놀이’
조국을 위한 예술에 헌신하다

무하는 예술을 민족의 영혼이자 인류 영혼의 일부로 보았고, 미국에서 활동하는 내내 민족을 테마로 하는 예술 작업을 염원했다. 그만큼 그에게 고국은 예술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는 힘이었다. 「유럽의 심장, 프라하」에서는 귀국 후 민속과 민족의 페이소스를 투영하여 위대한 인간 정신을 표현해낸 무하의 예술을 탐구해본다. 무하는 고국의 공공예술에 참여한 대표적인 예술가로 손꼽힌다. 그는 프라하 시민회관 시장 홀 천장 프레스코 작업을 포함해 체코슬로바티아의 지폐, 국가 엠블럼, 정부 레터헤드, 군복, 우표 등을 디자인하며 고국이 지나온 발자취를 대중이 쉽게 이해하고 교감하도록 풍부한 스토리텔링을 담았다. 그리고 마침내 20여 년에 걸쳐 체코의 역사와 민족애를 담은 대작 〈슬라브 서사시〉를 완성한다. 연작으로 제작한 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무하는 카메라와 스케치북을 들고 러시아에서 발칸반도에 이르는 긴 여정을 떠난다. 이를 통해 그가 남긴 슬라브 민족의 역사, 전설, 민속예술, 풍습에 관한 기록은 당시의 시대상을 알려주는 귀한 자료가 되었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인문학을 예술에 융합시켜 놀이처럼 즐긴 무하. 그는 예술로 인간 존재의 의미를 성찰하고 삶의 해법을 구하고자 했던 거장이었다. 이 책에 그려진 무하의 삶과 작품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예술을 통해 자신을 브랜딩하고 소비를 창출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삶의 불확실성에 불안을 느끼는 인간의 내면을 위로한다. 또한 예술가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추구해야 할 자아실현에 관한 화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관한 힌트를 제공할 것이다.

책 속에서

창작의 고뇌를 하는 예술가로서의 열망과, 상업성을 저버릴 수 없는 실존적 과제 사이의 딜레마는 무하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하는 오히려 예술작품이 일상생활에 퍼져 나간다면 그것은 거대한 시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직관하고 있었다.

13쪽

무하의 〈지스몽다〉 포스터는 1895년 새해 첫날 파리 시내 거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포스터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시선을 완전히 홀렸다. 무하는 전신 크기라는 파격적인 사이즈와 유려한 곡선으로 얽힌 장식적 패턴으로 자신의 포스터를 차별화시켰다. 파리 곳곳의 담벼락에서 무하의 이름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탄생한 ‘르 스틸 뮈샤’는 아르누보의 동의어이자 무하의 브랜드가 되었다.

80쪽

그래픽아트는 인쇄술과 예술이 만난 작품으로, 세기말 파리의 거리들은 상징주의의 영향이 진하게 스민 포스터의 물결 속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었다. 무하는 명실공히 파리 아르누보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서 포스터와 북 일러스트레이션 등 그래픽아트 작품들에 뛰어난 기량을 발휘해 아르누보 양식을 구현시킨다. 상업과 예술의 밀월관계가 깊어가면서 이제 파리의 무하는 철저하게 대중적인 아티스트의 길을 걷게 된다. 바야흐로 무하의 전성기였고 그래픽아트 진화의 회오리도 거세게 일렁였다.

93쪽

아르누보는 장식적 경향이 특징적인데, 아르누보 예술가에게 장식이란 단지 꾸미기 위한 목적으로 무언가 덧붙여진 것이 아니라 예술의 본질 그 자체였다. 아르누보의 이런 특징은 건축이나 회화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실용적 디자인을 추구하는 가구, 식기, 의상, 장신구, 북일러스트레이션과 포스터에까지 널리 적용되었다. 아르누보의 슬로건 중 하나가 ‘가난한 사람들도 아름다움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취지에서 실용예술로서의 아르누보는 대중과 허물없이 만날 수 있었다.

130–131쪽

1900년경을 전후해 소위 모든 위대한 화가들은 ‘모던’이라 불리는 것에 대한 압박을 느꼈다. 그러나 반 고흐 속에 불어오는 폭풍도, 고갱이나 쉬라의 곡선 감각도, 혹은 툴루즈 로트렉의 단순화된 선묘의 판화도 ‘스타일’이라는 것을 창조해 내지 못했다. 색채로 타오르는 묘한 도시 프라하로부터 곡선의 부활이 도래했고 체코의 예술가 무하는 진정으로 세계적인 화가가 되었다. 그는 위대한 여행가였고 오랜 민족적 꿈에 국제적인 명성을 기어이 선사해 주었다.

158쪽

이제 무하는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는 상업미술을 탈피해 순수미술에 전념하고 싶었다. 자신이 ‘즐기는 일’을 통해 성공했지만 일말의 허망함도 느꼈다. ‘진정 사랑하는 일’을 갈망하던 무하의 마음속에서 ‘나는 어디로부터 왔는가’라는 정체성을 향한 물음이 끊이지 않았다. 무하는 슬라브 민족의 신화와 역사의 발자취를 파노라마처럼 그려 내고 싶었다. 아티스트로서 영광을 누렸던 파리를 뒤로 한 채 무하의 마음은 이미 신세계를 찾아 힘찬 날갯짓을 하고 있었다.

166–168쪽

〈슬라브 서사시〉는 호모 루덴스였던 알폰스 무하가 일생을 바친 ‘장엄한 놀이’로, 인문학과 인간의 존재적 근원에 대한 경의를 시각예술로 구현한 걸작이다. 무하는 〈슬라브 서사시〉 창작을 즐기며 거의 20년간 열정을 쏟아 부었다. 〈슬라브 서사시〉의 스펙터클한 장면들은 고대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슬라브 민족의 역사를 훑으며 시간을 거슬러 가는 기나긴 여행으로 우리를 이끈다. 그는 스무 점에 달하는 이 연작의 절반을 체코 민족의 역사에 헌정했고, 슬라브 민족의 화합과 평화를 그리는 심포니를 화폭에 연주해 갔다.

282쪽

“작품의 목적은 가교(架橋)를 놓는 것이다. 인류 모두가 가까워지고 이로써 쉽사리 서로를 점점 더 잘 알아 가게 된다는 희망이 우리 모두를 격려해 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에 도달하는 것이 나의 미약한 힘으로 이루어진다면, 적어도 우리에게, 우리 슬라브 민족에게 이렇게 된다면 나는 행복할 것이다.”

287쪽

차례

프롤로그

‘나’를 브랜드화하기

  1. 호모 루덴스, 날아오르다
  2. 플러스 알파가 필요해
  3. 아르누보, 자연에 꽂히다
  4. 청년 무하, 날아오를 준비를 마치다

색채의 톤을 입으라, 파리

  1. 아카데미 줄리앙의 보헤미안
  2. 하모늄 곁의 아티스트들
  3. 르네상스 극장, 미다스의 손을 잡다
  4. 파리는 그래픽아트의 물결 속으로
  5. 허물어진 심리적 경계
  6. 도전적인 그녀와 도발적인 그녀
  7. 포스트 산업혁명의 디자인 헤게모니
  8. 시공을 초월한 퓨전 예술
  9. 전략적 관찰과 동양의 오브제

김은해

대구에서 태어났다.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라하 카렐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서 수년간 슬라브 언어와 문화예술을 강의했다. 한·체코 정상회담을 비롯해 양국 교류 의 현장에서 통번역 활동을 해왔다. 예술, 특히 그림이 지향하는 곳이 욕망과 좌절, 분노, 불안 등 인간의 감정임을 알게 된 계기로 그림에 푹 빠졌고, 직접 그림을 배우고 그리게 되었으며 미술작품 단체전에도 출품한 바 있다.
은 안그라픽스에서 발행하는 웹진입니다. 사람과 대화를 통해 들여다본
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