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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디자인: 오리엔탈리즘에서 디자인 서울까지, 디자인의 정치사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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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 한국 디자인의 역사를 말하다

한국 디자인은 서구와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근대 디자인 역사의 출발점에서 디자인 진흥을 주도한 것은 정부였고, 오늘날 디자인을 쟁점화한 것도 정치권이다. 세계화라는 시대적 사명 아래 기업은 디자인 경영을 외쳤고, 시장경쟁 속에서 목하 디자인 전쟁을 주도하는 것도 기업이다. 과연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누구의 디자인으로 존재해왔는지, 한국 디자인이 그려온 궤적을 추적한다.

『한국의 디자인』은 이 땅의 디자인 현상에 대한 기록과 자료를 모아 연구한 결과물이다. 일제강점기에 있었던 근대적 개념의 디자인 흔적을 찾고, 해방 이후부터 오늘까지 한국 디자인이 사회와 체제의 변화에 따라 어떤 모습으로 변모해왔는지 그 과정을 밝힌다. 그러므로 이 책은 디자인을 통해 읽는 또 하나의 한국 근현대사이다.

편집자의 글

우리 디자인의 발자취를 한 권의 책 안에 담아낸 『한국의 디자인』은 서구의 디자인과 디자인사를 그대로 되풀이하거나, 문화가 아닌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만 인식되어온 이 땅의 디자인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했다. 어느 시대보다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범람하는 이 시점에서 한국 디자인의 주체자로서, 소비자로서 우리 디자인을 바로 이해하고 비평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껏 알지 못했던 우리 디자인 이야기

디자인 평론가 최 범의 추천사에도 언급되듯이 이 책은 통사 형식을 갖춘 최초의 한국 디자인사이다.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통한 한국의 역사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한국 디자인만이 가진 독특한 이야기를 시대별로 담았다. 디자인은 시대마다 정치와 사회가 요구하는 방향에 따라 재각기 다른 양상을 띠며 발전해왔다. 때로는 경제성장의 첨병으로, 때로는 정치적 홍보의 수단으로 디자인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야만 했다. 디자인이 한국 사회와 어떻게 내접하면서 발전해왔는지, 정치사회사 관점으로 본 디자인의 역사를 통해 지금껏 역사 없는 학문으로 존재해왔던 한국 디자인이 가야할 방향을 재점검해본다.

한국 역사의 특수성과 한국 디자인사의 특수성

『한국의 디자인』은 책의 앞부분에서 한국의 ‘근대’와 관련된 문화비평적 개념인 ‘오리엔탈리즘’ ‘탈아입구’ ‘옥시엔탈리즘’ ‘문화 제국주의’를 언급하며 시작된다. 이 개념들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기제였으며, 지금도 주요한 담론이다. 『한국의 디자인』에서는 이 같은 한국 역사의 특성들이 어떻게 디자인에도 나타나고 있는지 다룬다. 세부적으로는 ‘조선 색’ ‘한국의 정체성’ ‘국제화’ 등의 논쟁으로 이어지며, ‘한국적’ 디자인이나 건축, 글로벌 디자인 등의 쟁점을 탄생시켰다. 지은이 김종균은 각 시대별로 나타나는 사회와 문화상을 디자인의 시대적 특징으로 환원해 풀어내고 있다.

사료에서 찾는 한국 디자인의 흔적

지은이는 수년 간에 걸쳐 모아온 한국 디자인의 기록과 시각 자료를 통해 한국 디자인사를 하나로 꿰어내는 데 성공했다. 풍부하게 수록된 사진은 당시 디자인 제품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으며, 인용된 정부 기록물이나 신문 자료 등은 정치와 사회가 디자인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잘 드러내주는 자료이다. 이 기록물들에 지난 100여 년간의 디자인 족적이 여실히 담겨 있고, 당시 디자인을 둘러싼 시대 상황과 담론들을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이 책의 부록으로 수록된 한국 디자인 연표 또한 한국 디자인 역사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추천사

김종균의 한국 디자인사는 통사(通史) 형식을 취하고 있다. 개화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사의 전 과정에 걸쳐 디자인의 궤적을 추적하고자 하였다. 그런 점에서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형식을 갖춘 최초의 한국 디자인사라고 말할 수 있다. (…) 한국 디자인이 역사를 갖게 되었다는 것은 이제야 비로소 이 땅의 디자인 실천을 되돌아보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때가 되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난 시기 동안 이 땅에서 디자인이라는 이름으로, 또는 그런 이름을 갖지 않았다 하더라도 오늘날 우리가 디자인이라는 개념으로 포착 가능한 행위들의 궤적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록은 기록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의 앞길을 비춰주는 탐조등의 역할을 할 것이다.

최 범 (디자인평론가)

책 속에서

이제는 서구의 디자인사를 백번 들여다보아도 이해할 수 없는 우리 디자인이 가진 문제를 이야기할 때가 된 듯도 한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무심하다. 이 책은 근대 이후에 있었던 수많은 사건의 파편을 모아 궤를 맞춰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을 추려내 묶은 것이다. 서구 근대화 과정과 모더니즘 발전사의 도식을 우리 역사에 끼워 맞추는 일은 하지 않았다. 역사적인 인물과 사건으로 과장되고 각색된 신화로서의 역사도 이 책에는 없다.

「들어가는 글」

한국적 디자인은 국민의 집단적 기억이 재현된 것이라기보다 당시 정권이 규정한 ‘한국성’을 표현함으로써 이데올로기를 선전하고 강화해나가는 홍보 수단이었다. 특히 공공디자인이나 관이 발주하는 건축물과 조각, 미술 작품들에 보이는 양상은 과거 나치나 일제가 보여주었던 경향과 거의 유사했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특히 그래픽 포스터에서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런 흐름은 1980년대로도 이어진다. 주로 한국 고유성에 중점을 두고 음양오행이나 샤머니즘, 불교 문화재, 여성 등 오리엔탈리즘적 소재를 적극 반영했으며, 전통적 소재를 모더니즘 양식으로 표현하는 절충주의 디자인이 대부분이었다. 군부독재 기간 동안 디자인에서 표방된 한국성은 정권이 만들어낸 민족주의 문화 정책이 가시적으로 표현된 것이었다.

「프로파간다 예술과 한국적 디자인」

공공디자인 개발사업의 진행과 함께 서울시의 아파트 가격은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며 폭등이 일어났다. 이 같은 성공적 전개는 각 지자체별로 유사 사업들을 범람케 했고, 서울 반포천, 광주 광주천 등과 같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치적쌓기 하천 복원이 성행하게 되었다. 이후 전국 각 지자체에서는 디자인을 중심으로 하는 메가프로젝트가 줄이어 진행되었다. 2005년에는 57개 지자체에서 299억 원에 달하는 공공디자인 관련 사업을 추진했고, 2006년에는 약 210억 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했다. 2007년에는 16개 광역 지자체 가운데 7개의 지자체와 전국 227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13개의 지자체가 경관 계획 수립을 통한 공공디자인 개발사업을 펼쳤다.

「공공디자인과 정치」

미래의 디자인은 지식재산의 중심이자 기업 경영의 핵심 자원이며, 국가경쟁력의 원천이자 복지 정책의 수단이다. 선진국은 이미 굴뚝 중심의 제조업산업이 사라지고, 문화와 콘텐츠 그리고 디자인을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었다. 미국 내에서 단 한 켤레의 신발도 생산하지 않으면서 전 세계 스포츠 시장을 호령하는 ‘나이키’, 미국 문화를 앞세워 전 세계에 커피와 햄버거를 판매하는 ‘스타벅스’와 ‘맥도널드’, 그리고 단 한 대의 스마트폰도 생산하지 못하지만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이 보여준 경영의 중심에는 디자인이 있다. 한국 사회도 서구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제조산업이 쇠퇴할 수밖에 없다고 가정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창의성이며, 이를 현실로 구현하는 디자인 중심의 산업 육성이라는 것이 자명하다. 당위적 구호를 벗어나 현실을 바꾸고, 변화하는 시대상에 앞서 어떻게 디자인을 자원화하고 세계 디자인의 흐름과 의제를 선점해나갈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한국 디자인의 미래」

차례

추천하는 글 - 왜, 한국 디자인사를 연구해야 하는가
들어가는 글 - 각색되지 않은 우리 디자인의 맨얼굴

1장 근대화와 디자인: 디자인의 탄생에 대하여

  1. 서구 사회의 근대, 근대화, 모더니즘
  2. ‘근대’라는 오해
    한국의 근대화에 관한 두 가지 해석 | 이중 종속된 식민지 근대성 | 문화접변과 왜곡된 전통문화
  3. 일제강점기, 기만적 문화 정책과 ‘조선 색’
    이등 국민을 위한 디자인교육 | 조선미술전람회와 향토색 논쟁 | 야나기 무네요시가
    말하는 한국미 | 기형적 산업화의 전개 | 군국주의 체제를 강화한 신고전주의 건축

2장 미국 문화와 근대 디자인: 해방 공간에서의 미국식 생활 방식 (1945-1950년대)

  1. 미군정청의 활동과 한국 디자인
    대외원조로 유입된 미국 문화 | Made in U.S.A. | 근대 디자인교육의 시작 |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의 출범
  2. 한국공예시범소의 ‘코리아 프로젝트’
    미국의 대외원조사업과 디자인 진흥 프로젝트 | 한국공예시범소의 설립 | 한국공예시범소의 수공업·경공업 프로젝트와 전시 | 한국공예시범소의 대학교육 프로그램 | 한국공예시범소의 폐소

3장 권력과 한국적 디자인: 정부 주도의 디자인 진흥기 (1960-1970년대)

  1. 산업디자인의 등장
    5·16 군사정변과 제3공화국의 출범 | 수출 증대를 위한 대동단결 | 산업 발전과 산업디자인의 등장 | 디자인교육의 새국면 | 대한민국상공미술전람회와 디자인 계몽 | 민간 디자인 진흥기관의 출현
  2. 모더니즘의 유행
    10월 유신과 제4공화국의 출범 | 공산품 디자인의 성장 | 디자인교육의 성장 | 상공미전의 새로운 경향 | 관광산업과 그래픽 포스터 | 모더니즘의 대유행
  3. 권력에 동원된 디자인
    경제개발 정책과 디자인 | 포장과 디자인에 대한 정권의 관심 | 민간 단체의 강제 해산과 한국디자인포장센터의 출범 | 디자인·포장진흥법의 제정 | 한국디자인포장센터의 구조와 운영 실태 | 한국디자인포장센터의 디자인 진흥과 개선사업 | 국전과 상공미전의 정치적 역할 | 디자인계의 기술 관료화
  4. 프로파간다 예술과 한국적 디자인
    독재정권과 신고전주의 | 독재정권기의 ‘민족주의’ 담론과 ‘한국의 정체성’의 규정 | 민족주의 문화 정책과 프로파간다 예술의 등장 | 시대의 역사관과 ‘고안된 전통’ | 애국선열 조상 건립 운동 | 한국적 건축에 관한 고민 | 모뉴먼트와 공공디자인 | 한국적 디자인의 등장 | 만화영화와 반공 정책

**4장 국제화와 오리엔탈리즘: 세계 무대를 위한 미션 (1980년대)

  1. 선진국 프로젝트와 디자인
    12·12 사태과 제5공화국의 출범 | 대중문화와 저항문화 | 국제 정세와 개방화 정책 | 산업 발전과 디자인에 대한 인식 변화 | 정부 주도 디자인 진흥의 퇴조 | 굿디자인 제도 | 계몽적 디자인과 상업적 디자인 | 서울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대회 | 서울의 선진국형 외형 만들기 | 디자인교육의 변화
  2. 가장 세계적이면서 가장 한국적인 디자인
    세계화와 한국적 디자인 | 선전물이 된 근대 건축 | 관광산업과 그래픽디자인 | 대중문화에서 나타난 변화 | 디자인 국부론과 기술, 그리고 문화 정체성

**5장 포스트모더니즘과 문화산업화: 디자인 무한경쟁 (1990년대)

  1. 디자인 경영과 디자인 신국부론
    탈냉전과 무한경쟁 시대 | 국제 상황의 변화와 지식재산권 협약 | 디자인의 격상과 디자인 경영 | 디자인 진흥 정책의 다변화 | IMF 체제와 디자인 신국부론
  2. 포스트모더니즘과 한국형 디자인
    탈근대화와 세계화 시대 | 전통문화와 대중문화에서 나타난 ‘우리 것’의 재구성 | 문화산업론과 한국형 디자인 | 한국적 건축의 반성

**6장 시장경쟁과 글로벌 디자인: 권력을 위한 신무기, 디자인의 재발견 (2000년대 이후)

  1. 디자인 전쟁과 브랜드 개발
    한류와 글로벌 디자인 | 디자인 전쟁 | 중앙 집중형 디자인 진흥 체제의 해체 | 지방자치와 브랜드 | 지리적표시제와 농산품의 공동브랜드화
  2. 공공디자인과 정치
    환경개선사업과 공공디자인 | 디자인과 정치 | 디자인과 법 | 디자인 서울 | 디자인 메가프로젝트의 등장 | 디자인·정치·어젠다

덧붙이는 글 - 역사 없는 학문, 한국의 디자인에 대하여
한국 디자인사 서술의 문제점과 역사적 특수성 | 한국 디자인과 문화 정체성 | 한국 디자인의 미래
나오는 글 - 새로운 한국의 디자인 역사를 기다리며

한국 디자인 연표
참고문헌
관련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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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균

서울대학교 산업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디자인학 박사를 마쳤다. 현재 특허청에서 행정사무관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의 디자인』 『디자인전쟁』 등의 저서와 다수의 공저가 있다. 한국 디자인 역사 및 브랜드와 디자인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논문을 다수 발표하고 여러 매체에 디자인과 관련된 다양한 글을 쓴다.
은 안그라픽스에서 발행하는 웹진입니다. 사람과 대화를 통해 들여다본
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