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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한국전통문양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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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라픽스가 1986년부터 1996년까지 우리의 전통문양을 총 12권으로 정리해 출간한 시리즈다. 우리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숨 쉬는 전통문양을 발굴하고 현대적 감각에 맞게 그래픽 디자인으로 다듬어 재창조해 세계에 선보이기 위해 기획한 것이었다. 기하무늬를 시작으로 꽃, 도깨비, 구름, 태극, 연꽃, 용, 당초, 나무, 새, 얼굴 등 12종의 무늬가 각각 12권의 책으로 출간되었고, 안그라픽스 창립 35주년을 맞아 1988년에 출간한 『도깨비』를 새롭게 복간했다.

편집자의 글

우리 민족의 얼과 멋이 담긴 도깨비
그래픽 디자인으로 깁고 다듬어 다시 태어나다

안그라픽스의 ‘한국전통문양집’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1988년 초판 출간되었던 『도깨비』가 창립 35주년을 맞아 새롭게 다시 출간되었다. 이 책 『도깨비』는 초판에 실렸던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의 도깨비 무늬를 32년 만에 새롭게 정리해 더 정교하고 섬세한 161개의 그래픽 디자인으로 재탄생시켰다. 또한 기존에 실렸던 지은이 안상수의 글 「우리 도깨비」와 전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임영주의 글 「한국 도깨비 얼굴무늬」를 지금에 맞게 다시 편집하고 이번 개정판을 위해 새로 쓴 지은이의 서문을 추가로 담았다. 「우리 도깨비」에서 안상수는 우리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도깨비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 유래와 함께 속담과 설화 속 도깨비의 성격과 모습에 관해 이야기한다. 「한국 도깨비 얼굴무늬」에서 임영주는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도깨비와 고분벽화, 기와에서 볼 수 있는 도깨비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전한다. 한국전통문양에 관심이 있는 외국인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우리 문화에 깊은 이해도가 있는 고 브라이언 베리, 게리 렉터 등을 통한 영문 번역과 함께 도깨비 무늬 명칭에는 한자도 실었다. 디자이너 김성훈의 참여로 책 표지, 책등, 책배까지 모두 검은색으로 감싸고 노란색 띠지를 둘러 도깨비의 강하면서도 해학적이고 친근한 인상을 그대로 북 디자인에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을 접하는 독자는 도깨비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논하는 글과 함께 그래픽 디자인으로 승화된 도깨비 무늬를 통해 우리 삶에 녹아 있으면서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전통적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 모습에서 우리 민족의 얼과 멋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개정판 『도깨비』에는 조선시대에 쓰인 부적 도깨비 무늬를 부적으로 만들어 초판 한정으로 함께 담았다.

우리 삶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도깨비
시대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다

우리에게 도깨비는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들어주는 붉은 악마의 도깨비나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나쁜 사람을 혼내주고 착한 사람은 도와주는 전래동화 속 이미지가 강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도깨비의 이런 모습과 이미지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이 책 『도깨비』에서 안상수와 임영주는 도깨비의 기원과 그 어원에 대하여 다양한 문헌 및 자료를 근거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시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던 도깨비의 형태와 특징에 관해 설명한다. 가령 삼국시대의 도깨비는 사나운 동물의 모습에 더 가까웠지만 시간이 지나 고려시대에는 해학적인 요소가 더해지고 조선시대에 가까워지면 사람의 형상과 닮아 간다는 것이다. 이는 상상에 의존했던 도깨비 모습에 시대상이 반영된 것이기도 한데 궁궐 건축과 무덤에 쓰이던 도깨비는 맹수의 모습이었지만 불교 의장에 사용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용의 얼굴로 바뀌기도 한다. 이러한 도깨비 모습의 변화 과정은 161개의 그래픽 디자인으로 재현된 도깨비 무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도깨비가 점점 사람을 닮은 친숙한 모습으로 변하게 된 것은 어쩌면 무섭고 강한 존재로 여겨지던 도깨비에게 우리의 모습을 투영하여 두려움과 불안에 대응하고자 했던 조상들의 마음이 담겨 있었을지도 모른다. 안상수가 이런 도깨비 모습에서 언제부터인가 우리 민족만의 모습이 보이고 도깨비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 모르겠다. 이 책 『도깨비』를 접하는 독자는 도깨비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새롭게 탄생한 도깨비 무늬를 통해 지금 시대에 도깨비가 존재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분명 상상해보게 될 것이다.

책 속에서

내가 처음 도깨비 무늬 책을 낸 것이 1980년대 말이다. 도깨비가 새겨진 백제 벽돌을 보고 나도 모르게 끌렸다. 연꽃 대(臺) 위에 사지를 떡 벌리고 힘찬 모습으로 서 있는 도깨비는 두 팔에 불꽃 비늘을 달고 있었다. 손톱과 발톱은 날카로웠고 눈망울은 부리부리했으며 눈꼬리는 치켜 올라가 있었다. 주먹코 아래 딱 벌어진 입에는 크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무시무시했고 입 주위에는 수염이 이글거렸다. 괴력이 느껴지는 그 모습은 무서움 그 자체였다.

「우리 도깨비」, 14쪽

삼국시대 기와에 나타나는 도깨비 얼굴은 대체로 무섭다. 이는 치우 등에서도 왔겠지만, 상상 속 무서운 동물의 얼굴에서도 유래했을 것이다. 또 여기에 다른 무서운 얼굴이 섞이기도 했을지 모른다. 우리는 이러한 무서운 얼굴을 통틀어 무심코 도깨비라 부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우리 안에 깔린 마음 바탈이 그냥 도깨비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무서운 얼굴이 우리에게 불운을 가지고 오는 천재지변, 액운, 삿된 불행 등을 막는 벽사(辟邪) 무늬로 쓰인 것이다.

「우리 도깨비」, 20쪽

도깨비의 형상은 지역이나 시대 또는 조형적 의도에 따라 자유롭게 나타나는데, 어느 것은 사람의 모양(人面)과 비슷하고 어느 것은 짐승의 모양(獸面)을 닮았다. 또 어떤 경우에는 상상으로 묘사되고 있어 같은 모양을 가진 것이 드물다. 고대의 청동기 유물에서 볼 수 있는 도철 형상을 비롯해 화상석각(畵像石刻)에서의 뇌신(雷神), 건조물(建造物)의 문고리 장식이나 기둥머리(柱頭), 기와 마구리(瓦堂), 바닥 벽돌(磚) 등에서도 도깨비 형상을 볼 수 있다. 또 장수가 입는 갑옷의 어깨 부분이나 복부에 장식된 것도 있고 민화에도 나타난다.

「한국 도깨비 얼굴 무늬」, 310쪽

출토지를 알 수 없는 고려시대의 한 망와를 보면, 하회(河回)탈 모양과 너무 흡사해 아마도 이는 시대적 성정(性情)을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조선시대에 접어들어서는 통일신라시대의 기본형을 크게 벗어나 인면과 같이 퇴화한다. 뿔 모양이나 소용돌이 모양의 수염도 없어지고 날카로운 이빨도 볼 수 없다. 이 형상에서는 무서움보다는 해학적(諧謔的)인 면을 볼 수 있으며 가식 없이 순박한 인간성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내림새기와의 도깨비에서는 민예적(民藝的) 취향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예를 들어 단조롭게 표현된 눈과 코, 입, 마치 바가지 가면(탈)과 같이 제멋대로 묘사된 이빨, 수염 등이 그것이다. 어느 망와에서는 양쪽 볼에 톱니 모양으로 수염을 표현했고 두 눈은 쭉 째져서 치켜올린 형상으로 되어 있어 특별한 기술 없이도 누구나 표현할 수 있을성싶은 모습이다.

「한국 도깨비 얼굴 무늬」, 318–320쪽

차례

『도깨비』를 다시 펴내며

우리 도깨비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

**통일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도깨비와 개암

한국 도깨비 얼굴무늬

도판설명
참고문헌
자료도움
한눈에 보는 우리 도깨비**

안상수

안상수는 우리 시각 문화에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타이포그래퍼이다.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와 같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홍익대학교 교수로 재직했으며, 2012년 조기 은퇴 후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을 설립, 현재 날개(교장)로 있다. 2007년 독일 라이프치히시로부터 구텐베르크 상을 받았으며, 베이징 중앙미술학원(CAFA) 특빙교수, 국제그래픽디자인연맹(AGI) 회원이다.
은 안그라픽스에서 발행하는 웹진입니다. 사람과 대화를 통해 들여다본
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