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은 어린이의 엔터테인먼트다
이 책 『시작, 그림책』에서 그림책의 독자로 생각하는 대상은 4–6세의 아이다. 그 나이의 아이는 시대와의 접점이 얕고 미숙하며, 과격하고 불가사의하며, 어른이 절대 닿을 수 없는 자유로운 생명체다. ‘그림책이란 무엇일까’라는 어려운 질문에 지은이 도이 아키후미는 ‘그림책은 어린이의 엔터테인먼트’라는 자신의 결론을 처음부터 내비치고, 그림책의 이론과 실제를 조금씩 펼쳐 나간다.
그림책은 교과서가 아니다
그림책에서 중요한 것은 메시지와 재미의 균형이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라도 아이는 아직 사회 개념을 이해할 수 없으므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재미와 적절한 균형을 취해야 한다. 또한 그림책은 단순히 아이가 읽는 책이 아니라 누군가 ‘읽어주고’ 아이가 ‘듣는’ 책이다. 혼자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아이라도 부모님, 선생님,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그림책을 읽어주면 아이는 그것을 들으며 그림책을 받아들인다. 지은이는 그림책의 중요한 역할로 읽어주는 사람과 아이의 스킨십 도구라는 점을 꼽으며 그림책은 아이가 글자를 배우기 위한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아이를 기쁘게 해줄 재미있는 그림책을 만들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상기시킨다.
그림책은 아이의 현실 세계다
그림책의 세계에서는 엄마와 딸의 역할이 바뀌는 것처럼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귀가 세 개인 토끼 같이 이상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어른이 판타지로 치부하는 요정이나 천사나 산타클로스가 전부 현실이다. 이 이상하고 아름다운 현실 세계에 아이는 ‘두근두근 울렁울렁’한 기분으로 푹 빠진다. 마음의 움직임을 전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다시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그림책이다.
그림책은 엄격한 상품이다
그림책은 제대로 구성된 이야기가 있고 대상 독자가 명확한 ‘상품’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편집자로서 이 점을 다시 한번 짚어주며 상업 출판의 길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그림책 워크숍을 상업 출판으로 연결한 실제 작가의 사례, 출판사의 사람과 만날 때의 기본 상식과 필요한 준비, 다양한 공모전 추천, 마지막으로 상업 출판계의 실무자인 출판사 편집자의 소중한 의견을 참고할 수 있다.
그림책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사실 책을 다 읽어도 그림책이 무엇인지 완벽하게 파악 가능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림책 만들기에 정확한 방법론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제시하는 과정을 따라가며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를, 또 실제 인기 그림책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조금씩 그림책의 세계로 향하는 길을 찾아가길 소망해본다. 지은이의 말처럼 그림책은 재미있으니까. 정말 재미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