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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지 마세요 앉으세요: 디자이너에게 듣는 스물여섯 가지 의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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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하우스 의자부터 어느 마을의 무명씨가 만든 의자까지
사람을 닮은 의자의 모양 그리고 삶

어느 멋진 카페의 세련된 의자도, 집 한 켠이 멋진 전시 공간이 되는 의자도 만든 이의 삶을 닮는다. 이제는 우리 주변의 멋진 카페에서 속속 볼 수 있는 핀란드 디자이너 아르네 야콥센의 〈세븐 체어〉부터 어느 작은 공동체의 무명씨가 만들어 쓰던 튼튼하고 소박한 의자까지, 이 책은 모두 스물여섯 가지 의자와 만든 이의 이야기를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들려준다.

편집자의 글

천 가지 의자에는 천 가지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의자는 사람 같다

공기처럼 있는 듯 없는 듯 항상 제자리에 있어서 무채색이 되어버린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 우리가 평소에 마주하는 의자란 그런 존재가 아닐까. 요즘처럼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난 때에 그 무미건조함은 어쩌면 우리를 지치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매일 마주하면서도 쉬이 지나치는 의자에 대해 생각해보고 새로운 의자를 찾아보는 일은 그 자체로 권태로움을 벗어나는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이 책 『앉지 마세요, 앉으세요』는 갖고 싶을 정도로 세련된 의자부터 의자인지 아닌지 모를 의자, 앉기 어려운 의자까지 다양하고 멋진 의자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기에 오랜 시간 디자인 현업을 겪고 지금은 건국대학교에서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는 김진우 교수의 시선이 더해져 의자라는 주제를 아주 다채롭게 물들인다.

오랫동안 의자를 남달리 바라본 저자는 모든 의자가 각각 독특한 사연을 품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의자가 사람 같이 느껴졌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의자는 모두 의인화해 각각 다른 주제를 지닌 다섯 가지 막에서 소개한다 . 뚜렷한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의자는 ‘1막: 나는 주인공입니다‘로, 섬세한 손길로 만들어져 조용하지만 우아하게 앉는 이를 편안하게 하는 의자는 ‘2막: 나는 조연이 더 좋습니다’로, 의자의 의미에 도전하거나 경계를 넘나드는 의자는 ‘3막: 나는 의자가 아닙니다’로, 시대의 아이콘이 된 의자는 ‘4막: 나는 살아 있는 역사입니다’로, 마지막으로 만든 이의 생각과 고민을 전달하는 매체가 된 의자는 ‘5막: 나는 질문합니다’로 모아 소개한다. 이 중에는 전설적인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바르 알토의 〈스툴 60〉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의 실험적 의자는 물론이고, 온 생애에 걸쳐 친환경 삶의 방식을 실천해온 디자이너 윤호섭의 〈골판지 방석 의자〉 이야기와 사회적 약자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판보 레멘첼의 〈24유로 의자〉도 있다. 멋지고 세련된 의자, 소박하고 섬세한 의자 그리고 독특한 의자가 각각 어떤 마음과 생각을 품고 있는지 디자이너의 시선을 통해 보다 보면, 무색무취하게만 보던 우리 주변의 의자를 각양각색으로 볼 수 있는 섬세한 안목과 감성이 돋아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권태로운 일상에 지친 이, 내 공간을 나만의 이야기로 채우고 싶은 이, 디자이너의 독특한 관점에 관심 있는 이가 각양각색의 의자 이야기를 읽음으로써 지금 내 방의 의자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겼을 지 혹은 앞으로 내 방에 어떤 이야기를 지닌 의자를 데려올 수 있을 지 기분 좋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으로써 일상 속 의자가 놀랍고 다채로운 색으로 채워지길 바란다.

책 속에서

나는 의자가 사람 같다. 의자를 관찰하는 일은 사람을 관찰하는 일처럼 흥미롭다.

15쪽

〈래더백 체어〉는 힐 하우스를 위해 탄생했던 여러 가구 가운데 하나다. 이 의자가 놓인 2층 침실의 벽과 천장은 온통 하얗다. 거기에 흑단으로 만들어진 메마른 의자가 도도하게 자리한다.

25쪽

다리 세 개짜리 〈앤트 체어〉에 한 번이라도 앉아보면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다리가 네 개인 의자가 의외로 불편함을 알 수 있다. 야콥센은 〈앤트 체어〉의 사용자가 홀로 공간을 점유하는 개인이 아니라 서로 곁을 내주고 가깝게 지내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랐던 건 아닐까.

70쪽

셰이커교 사람들이 만든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의자는 가장 멀게는 1700년대 후반부터 가까이는 1930년대 사이에 제작되었지만 오늘날 주거 공간에도 잘 어울린다. 셰이커의 의자는 불필요한 장식을 철저히 배제하고 기능에 충실했던 만큼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모더니즘의 테제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집에도 셰이커 양식으로 만든 의자가 한 번쯤 놓였을지 모른다.

83쪽

합판이 겹쳐져 구부러진 목재는 스툴에 필요한 강도와 유기적인 미학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이 스툴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하이브리드’였다. 기계 양산 시스템으로 만들어진 의자인데 형태에서 풍기는 느낌은 수공예품 같다. 현대적인 이미지이면서도 일본 전통의 냄새가 난다. 동양의 미학과 유럽의 모더니즘이 동시에 체감되기도 한다. 의자의 기능에 필요 없는 군더더기는 최대한 덜어낸 단순한 디자인인데 표출하고 있는 곡선의 휘어짐은 팽팽하면서 장식적이다.

90쪽

두 세기가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같은 꿈을 꾸고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지금은 시절이 아니라고 해서 포기하지 말자. 미술공예운동의 미련하고 비현실적인 꿈과 야망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달걀로 바위치기라며 산업화의 물살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지금쯤 우리의 일상은 조악하고 기괴한 양산품으로 채워져 있었을 수도 있다. 누군가가 기어코 뿌려놓은 씨가 훗날 보다 나은 세상을 일군다.

134쪽

인간의 행복은 집의 크기, 가지고 있는 물건의 양에 비례할까? 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공간은 얼마만큼일까? 2050년에는 지구의 인구가 100억이 된다고 하는데 인류가 지금과 같은 크기의 집, 에너지, 음식을 원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공존할 수 있을까?

203쪽

지구촌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은 ‘나와 상관없는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다. 그걸 인식해야만 의자도, 의자 디자인도, 의자에 대한 글도 내가 상상하지 못한 멋지고 다양한 방법으로 코로나 이후의 역사를 살아갈 것이다.

210쪽

차례

무대를 열며

1막 나는 주인공입니다
힐하우스의 주인공 / 매킨토시의 〈래더백 체어〉
튀는 의자들 / 베르너 판톤의 의자
표현의 매개체 / 론 아라드와 자하 하디드의 의자
까칠한 매력의 소유자 / 요나스 볼린의 〈콘크리트 체어〉
일필휘지의 묵직함 / 최병훈 작가의 〈태초의 잔상〉

2막 나는 조연이 더 좋습니다
대중 의자의 탄생과 귀환 / 미하엘 토네트의 〈No.14〉
스테디셀러의 대표 주자 / 아르네 야콥센의 의자
핀란드의 국민 의자 / 알바르 알토의 〈스툴 60〉
무명씨가 만든 좋은 디자인 / 셰이커 교도의 의자
특별한 평범함 / 야나기 소리의 〈버터플라이 스툴〉

3막 나는 의자가 아닙니다
가구와 조각의 합집합 / 보리스 베를린의 〈아포스톨〉
의자가 된 도자기 / 도예가 이헌정의 의자들
변신하고 합체하는 장난감 / 칼슨 베커의 아이를 위한 의자
빈민촌의 삶을 대변하는 모형 / 캄파나 형제의 〈파벨라〉
앉아 기대는 장소 / 하지훈의 〈자리〉

4장 나는 살아 있는 역사입니다
역사와 타이밍 / 미술공예운동과 레드하우스의 〈세틀〉
〈바실리 체어〉에서 지워진 이름
고유함을 향한 욕망 / 체코 큐비즘과 의자
틀을 깨는 매력 / 멤피스의 의자
덜고 덜어 남은 본질 / 미니멀리즘과 의자

5장 나는 질문합니다
색바랜 시간의 의미 / 닐스 바스의 〈어제의 신문〉
새로움이란 무엇인가 / 위르헌 베이의 〈코콘 체어〉
복제와 오마주의 차이 / 중국 의자와 〈더 차이니스 체어〉
의자란 무엇인가 / 우치다 시게루의 〈다실〉
무엇을 위해 디자인하는가 / 윤호섭의 〈골판지 방석 의자〉
미래에도 의자 디자인이 필요하다면 / 판보 레멘첼의 〈24유로 의자〉

무대를 닫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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