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라픽스

뉴아트행동주의: 포스트미디어, 횡단하는 문화실천

온라인 판매처

아방가르드 전통을 잇는 포스트미디어 시대의 창·제작자들에게서
새로운 문화실천을 엿본다

방송문화진흥총서 150 『뉴아트행동주의: 포스트미디어, 횡단하는 문화실천』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 부상하는 새로운 예술 창작과 미디어 표현의 비판적 흐름을 주목한다. 특히 체제 권력에 틈입하는 국내 창·제작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예술행동, 문화간섭, 행동주의, 대안미디어, 전자저항, 자가 제작문화 등 다종다양한 실천을 ‘뉴아트행동주의’라 정의하고, 기술과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문화실천의 지적 계보를 살핀다. 동시대 미술, 디자인, 문화, 미디어 영역에서 활동하며 스스로 자신의 삶과 주권 공간을 만들어가는 이들의 행보를 통해 우리 문화실천의 새로운 지형을 엿볼 수 있다.

편집자의 글

문화실천의 지적 계보 읽기

우리 사회를 대표하지도 주류도 아니지만, 자신의 삶 속에서 스스로 삶의 영역을 세우고 주권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아티스트들이 있다. 이들의 도전적이고 혁명적인 활동은 포스트미디어 시대의 다양한 매체와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안미디어, 정보테크놀로지, 디지털테크놀로지와 함께 오늘날 문화예술은 교섭을 통해 실로 다양한 유형으로 분화해가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사회적 예술의 한 영역에서 문화실천이라는 이름으로 자생하는 예술을 선보이고 있는 이들의 행보와 태도가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문화실천의 흐름과 계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신권위주의 통치와 자본속류화가 동시에 진행하는 사회에서 다양한 문화실천과 운동 간의 통섭과 연대의 묘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각자가 지닌 저항의 역동성이나 실천의 급진성에 비해 전술, 유연함, 기동력 등이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에게는 각각 분절된 형태로서가 아닌 통섭과 연대라는 형태로 문화실천의 새로운 지형을 모색하는 전술이 필요하다. 이 책 『뉴아트행동주의』는 우리가 가닿아야 할 문화실천의 새로운 형태를 모색하는데, 그 자원을 서구의 전술미디어에서 찾고 있다. 1990년대 중반, 당시 부상한 새로운 미디어로서의 온라인을 매개로 전술미디어가 시작되었다. 이는 의미 있는 지향점을 우리에게 제시해준다. 분산형 운동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유동적인 이들의 운동은 미디어를 통해 체제 권력에 틈입한다. 이러한 전술미디어의 이론과 역사는 문화실천의 전술적 전개를 위한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다.

아티스트 18인의 재기발랄 실험 활극

삶으로 틈입하는 형태의 예술은 ‘예술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와 같은 근원적인 질문에 몇 가지 대안적인 해답을 주기도 한다. 여기 각자의 해답을 찾아가는 열여덟의 창·제작자가 있다. 각자 다른 영역에서 다른 생각을 발전시키며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은 기존의 체제에 들어가길 거부하며 자신의 삶과 주권을 되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데 묶일 수 있다. 이들의 활동 방식과 태도를 이 책에서는 ‘예술행동주의’ ‘포스터행동주의’ ‘소셜행동주의’ ‘크래프트행동주의’ ‘기술행동주의’ 등으로 소환한 뒤 ‘뉴아트행동주의’로 통칭한다. 여기에서 소개하고 있는 창·제작자들의 창작 활동과 문화실천 실험을 통해 우리는 다층적 함의를 가진 이들의 사회미학적 태도를 읽을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새로운 일상 혁명을 통한 삶 구축 방법의 단면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뉴아트행동주의』의 지은이 이광석은 2010년에 출간한 『사이방가르드: 개입의 예술, 저항의 미디어』에서 해외 미디어·예술실천 지형을 그리기 위해 도입한 ‘사이방가르드’라는 개념을 통해 전술미디어를 구사하는 해외 예술·미디어 행동의 구체적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이번에 출간하는 『뉴아트행동주의』에서는, 서구 전술미디어라는 역사적 계보는 비슷하지만 국내 사회적 의제 속에서 등장하는 독특한 미디어 창작 실험의 사회미학적 태도와 질감에 주의를 기울여 저술했다. 이 책은 권력에 대항하는 문화실천을 위해 창·제작의 사회미학적 가치를 견인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살아 있는 우리의 역사적 경험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따라서 이 책은 실제 사례로부터 응용될 수 있는 다양한 창·제작의 경험을 기본 축으로 삼고, 다중의 목소리를 담아 권력에 파열을 내려는 실천적 태도의 발굴과 축적을 노리고 있다. 이 책에서 소환하는 ‘뉴아트행동주의’란 바로 역사적 아방가르드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테크놀로지를 매개로 관성화된 저항의 방식을 탈피해 한국 사회의 질곡에 개입하려는 적극적 태도이다.

책 속에서

이 책에서 언급하는 전술미디어란 특정한 정치 이슈와 관련해 예술행동, 문화간섭(cultural jamming), 대안미디어운동, 전자저항을 가로지르며 미디어 수용 주체들이 현대자본주의에 따른 삶권력(bio-Power)’의 파동으로부터 자신의 주권 공간을 만들어나가는 문화실천과 현실 개입의 운동을 지칭한다. …… 북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던 전술미디어의 진화는 운동의 횡단형 계열체를 만들어내면서 서구 문화실천에 여러 실천적 울림을 남겼다. 반면 우리의 문화실천은 여전히 예술-문화-언론-정보운동이 상호 서로 단절되어 각자 도생하는 지형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13–14쪽, 「들어가는 글」에서

또 하나 이 책의 핵심은 역사적으로 유럽 전술미디어의 유연한 문화실천 경험과 유사하게 국내 지형에서 몇 가지 유사한 징후를 드러내는 사례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국내 미디어 작가, 문화 기획·매개자, 소셜웹 등 문화미디어 행동가들이 지닌 사회·문화적 관심사와 그들의 문화실천적 행동의 경향을 소개하고 비판적으로 정리했다. 나는 이 같은 전술미디어적 국내 경향을 ‘뉴아트행동주의(new art activism)’라 칭한다.

14쪽, 「들어가는 글」에서

전술미디어는 크게 역사적 아방가르드 전통을 이어받으면서도 동시에 예술행동주의(예술), 문화간섭(문화), 대안미디어(언론 혹은 매체), 전자저항(정보 테크놀로지)의 계로부터 자양분을 얻고, 이들 계를 넘나들면서 다종다양한 문화실천의 실험을 선구적으로 수행해왔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와 같은 혼종적 경향 혹은 계 간의 연계와 섞임 현상이 전술미디어를 상징하는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52쪽, 「뉴아트행동주의: 전술미디어의 역사적 유산」 중 ‘1 전술미디어의 이론적 자원’에서

구체적으로 우리 현실에 적합한 인적 연결 방식을 고려하면서, 현장예술가, 공동체미디어 활동가, 온라인 시민운동가, 독립 다큐멘터리 제작자, 문화운동가, 문화평론가, 시인, 뮤지션 등이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정기적·비정기적 실천의 조직체를 사회적 사안에 따라 구성하고 만들어나가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최근 ‘세월호 참사’ 이후 문화예술인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벌였던 〈세월호, 연장전〉과 같은 추모 문화제와 문화행동주의적 기획은 사회운동과 문화예술인이 함께했던 중요한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여전히 그 외 대안미디어와 전자저항 관련 계들의 개입과 연합이 부족한 실정이다.

90–91쪽, 「뉴아트행동주의: 전술미디어의 역사적 유산」 중 ‘4 전술미디어 속 뉴아트행동주의’에서

‘아마추어’의 시대다. 직업적 ‘작가(auteur)’의 특권은 점차 사멸하고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창작은 이제 더 이상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다.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이들’을 뜻하는 아마추어의 라틴어 어원이 이제는 오히려 소극적인 정의로 여겨질 정도다. 디지털 시대 아마추어의 활동은 사랑의 도를 넘어 거의 프로이자 직업에 가까운 수준이다. 나는 새롭게 등장하는 창작 주체들에게 그 옛날 20세기 초 아방가르디즘의 ‘반예술’적 정서까지도 느낀다. 부르주아적 위선을 뒤집어 예술과 일상 삶의 합일을 강조했던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이상은 오늘날 아마추어리즘의 창작과 표현문화에서 극적으로 실현되는 듯하다. (…) 다음 2부에 소개되는 작가군은 프로면서도 아마추어리즘과 새롭게 부상하는 대중 창작의 경계에서 뉴아트행동주의의 다양한 실험을 벌이고 있다. 창작 현실에서는 여전히 힘없는 비주류지만 실천미학의 일상화된 작업 속에서 사회와의 접점을 끊임없이 찾으려 하는 이들 (비)전업 작가의 기발한 도전과 진가를 다음에 소개되는 내용들로부터 확인해보길 바란다.

100, 107쪽, 「2부 뉴아트행동주의의 열여덟 창작 실험실」에서

구체적으로 정치적 상상력과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고답적 권위에 저항하는 뉴아트행동주의 작가군으로 시작한다. 정치 패러디와 해학은 보통 현실, 특히 퇴행적 정치 상황 혹은 일상의 정치 ‘쇼’에 대한 냉소에서 비롯한다. 온·오프라인 정치 패러디, 풍자, 벽낙서와 포스터 작업 등은 절차상의 민주주의나 상식의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 더욱 힘을 발한다. 이 장에서는 대표적으로 포스터아트 작가 이하, 실험영화 감독 김선, 그라피티아티스트 구헌주, 시각예술가 조습, 문형민 그리고 연미까지, 도합 여섯 명의 작가가 각자의 창작 작업을 통해 억압 논리의 조악함, 비상식의 사회상, 정치적 낙후와 코미디가 주는 현실, 비도덕적 엄숙주의 등을 어떻게 비판적으로 드러내는지를 살핀다. 오히려 현실 정치의 모순과 권위는 이들에게서 충만한 패러디와 해학으로 재해석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110쪽, 「표현의 자유와 시각적 상상력의 복원」 중 ‘정치적 퇴행과 해학의 문화정치’에서

뉴아트행동주의의 핵심을 상징하는 테크노미디어 매개형 문화실천의 국내 실험들에 집중한다. 한국 사회는 2010년대 초부터 인터넷의 새국면으로 불리는 ‘소셜웹’이란 기술문화적 현상이, 창작자가 추구하는 현실 개입의 사회미학적 태도와 적절하게 접목되는 흐름이 관찰된다. 소셜웹은 온라인 아마추어 대중의 문화 창작과 향유 활동을 추동하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소통하는 방식의 획기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문화정치적 의제들을 공유하고 연합해 퍼뜨리고 재생산하는 온라인 소셜 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소개하는 창작자들은 이와 같은 소셜웹의 테크놀로지 생리를 응용해 자신의 현실 개입의 창작 프로젝트에 연결하고, 대중을 수동적 관객의 자리에 두는 것이 아니라 창작 작업의 일부로 그들과 함께하는 협업 창작 구도를 만들어낸다.

198쪽, 「온라인 소셜 가치와 뉴아트행동주의」 중 ‘소셜웹의 매개와 개입의 틈’에서

오늘날 국내 현실에서 테크놀로지란 무엇인가? 소통과 효율과 편리를 가져왔다는 테크놀로지는 어느새 기술문화의 전면화와 삶의 일체화를 가져왔다. 자본주의 기술문화는 ‘테크노라이프’를 밝은 미래상으로 제시하며 끊임없이 우리를 유혹한다. 기술의 대중화는 아마추어 창작과 현실 개입의 정치적 조건을 강화하기도 했지만, 테크노 자본의 주술에 언더그라운드문화와 저항이 포획당하거나 일베 등이 전유와 같은 전술미디어적 기법을 악용하면서 ‘거울 이미지’ 효과를 만들고 쇼비니즘을 배양하는 조건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기술 대중화만큼이나 대중정치의 휘발성도 증가해왔고 권력 체제에 의해 광범위한 정보조작과 초감시나 스펙터클화 위험 또한 상존하는 형국이다.

288쪽, 「자립형 기술문화의 탄생」 중 ‘비판적 제작문화와 기술의 재전유’에서

한 사회 내 저항과 문화실천의 차원에서 창·제작의 사회미학적 가치를 견인할 필요가 있다. 그 작업의 시작은 살아 있는 역사적 경험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실제 사례로부터 응용될 수 있는 다양한 미디어 경험을 기본 축으로 삼아 기존 대안미디어운동, 예술행동주의, 그리고 인터넷상의 전자저항 방식을 상호 접속시키고 그 속에서 대중의 목소리를 담아 총체화된 삶권력에 파열을 내려는 실천적 태도의 발굴과 축적이 필요하다. 뉴아트행동주의는 바로 아방가르드적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관성화된 저항의 방식을 탈피하려는 도전에서 나왔다. 하지만 뉴아트행동주의 혹은 전술미디어의 개발과 발굴은 기존 실천의 경험만을 날름 삼키거나 과장해서는 곤란하다. 다양한 실천 경험의 유산 혹은 미디어 전술의 가치를 비판적으로 재전유하고, 이를 넘어서 대안적 비전을 갖고 횡단하는 문화실천 실험을 구성해야 한다.

282쪽, 「나오는 글」에서

테크노 자본의 파장에서 이탈하거나 탈구하는 주체의 형질 전환이 저항의 단초가 되어 간다. 저항의 파장을 일으키며 자생적으로 흩어지고 모여 분출하는 디지털 수용 주체들의 “처음부터 무수한 중심들”, 이들이 바로 대안사회를 구성하는 출발이자 희망이다. 체제에서 탈구된 나쁜 주체들이 꾸미는 미래 기획의 개념과 언어들로부터 대항권력의 구체적 그림을 그려보는 일을 시작할 때다.

385쪽, 「나오는 글」에서

차례

들어가는 글

1 문화실천 논의의 새로운 방향
—행동주의적 문화실천을 위하여

뉴아트행동주의: 전술미디어의 역사적 유산
—문화실천의 새로운 계통

1 전술미디어의 이론적 자원
2 전술미디어의 실천이론적 자원들
3 전술미디어 개념의 비판적 독해와 진화
4 전술미디어 속 뉴아트행동주의

2 뉴아트행동주의의 열여덟 창작 실험실
—엘리트 작가주의에서 아마추어리즘 전성시대로

표현의 자유와 시각적 상상력의 복원
—정치적 퇴행과 해학의 문화정치

1 이하, 포스터 정치 아트로 우직하게
2 김선, 자가당착의 현실을 조롱하라
3 구헌주, 스프레이로 변경을 혁(革)하다
4 조습, B급 블랙코미디에서 학으로
5 문형민, 엄숙주의에 대한 도발
6 연미, 상징폭력 기계와의 유연한 쌈꾼

온라인 소셜 가치와 뉴아트행동주의
—소셜웹의 매개와 개입의 틈

7 배인석, 라이터·댓글 예술행동
8 양아치, 뉴(미디어)아트의 위장취업자
9 강영민, 정치 팝아트와 일베 체험기
10 홍원석, 택시로 사회를 그리다
11 차지량, 세대독립을 넘어 또 다른 대안 실험으로
12 윤여경, 사회적 인포그래픽 디자인

자립형 기술문화의 탄생
—비판적 제작문화와 기술의 재전유

13 박활민, 삶디자인학교 출신 삶디자인 활동가
14 청개구리제작소, 삶의 제작인 되기
15 길종상가, 예술청년 프레카리아트들의 먹고살 아트
16 최태윤, 도시 해킹과 제작문화의 전도사
17 와이피, 쎄 프로젝트와 온라인 전시 실험
18 김영현, 삶의 기술로 예술하기

나오는 글
인명 찾아보기
찾아보기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 전공 교수. 테크놀로지, 사회와 문화예술이 서로 교차하는 접점에 비판적 관심을 갖고 연구, 비평, 저술, 현장 활동을 해오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기술문화 연구, 미디어·아트 행동주의, 정보 공유지 연구, 청년 잉여 문화와 테크놀로지 연구이며, 향후 온라인 정동과 참여 예술의 아카이브 연구, 비판적 수·제작 문화 연구, 디지털인문학 비판, 인터넷 초기 사회문화사 등에 집중한다. 『디지털의 배신』 『데이터 사회 미학』 『데이터 사회 비판』 『뉴아트행동주의』 『사이방가르드』 『디지털 야만』 『옥상의 미학노트』 등을 저술했고, 『불순한 테크놀로지』 『현대 기술·미디어 철학의 갈래들』 『사물에 수작부리기』 등을 엮었다.
은 안그라픽스에서 발행하는 웹진입니다. 사람과 대화를 통해 들여다본
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