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자인 담론 30년의 결실
디자인 평론가 최 범이 제시하는 한국 디자인’사론’
디자인 평론가 최 범이 30여 년간 축적해 온 연구와 사유를 집약한 『한국 디자인사론』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1995년부터 2025년까지 발표한 저자의 글과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한국 디자인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디자인사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탐구한다. 저자는 오랜 평론 활동을 통해 형성해 온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한국 디자인사를 분리된 특수사가 아닌 한국 근대사와 긴밀히 연결된 역사적 맥락 속에서 바라본다.
1부 「한국 디자인사의 인식과 방법」에서는 한국 디자인사 연구의 필요성과 함께 그 이론적 토대를 제시한다. 한국 디자인사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디자인사의 기초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하며 ‘디자인 패러다임’ 개념을 제안한다. 장식미술, 모던 디자인, 포스트모던 디자인이라는 세 가지 역사적 패러다임을 통해 디자인사의 변화 구조를 설명한다. 이러한 디자인 패러다임에 기반해 서양 디자인사와의 비교 연구, 그리고 한국 근대사 속에서 의미를 탐색하는 근대 연구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한국 디자인사 연구가 전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부 「서양 디자인사와 한국 디자인사」에서 저자는 비교 연구의 관점에서 서양 디자인사를 다시 읽고 그 속에서 한국 디자인의 위치를 모색한다. 서양 디자인의 패러다임 전환 과정을 검토하고 바우하우스를 중심으로 모던 디자인의 형성과 의미를 분석하며 그 핵심을 ‘디자인의 주체성’에서 찾는다. 이는 디자인이 국가나 자본의 요구를 단순히 수행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관점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현실에 참여하는 태도를 뜻한다. 저자는 서양 모던 디자인이 이런 태도를 통해 사회 속에서 상대적 자율성을 가진 ‘디자인 사회’를 형성해 왔다고 보며, 서양 디자인사와 한국 디자인사의 구조적 차이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한국 디자인이 국가와 자본의 요구를 넘어 독자적인 주체로 자리 잡기 위해 ‘디자인 사회’로서의 자각과 담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한국 디자인사 연구가 한국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연구 영역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마지막 3부, 「한국 디자인의 근대성 탐색」에서는 한국 디자인을 한국 근대사의 맥락에서 해석한다. 근대화 과정에서 한국 디자인이 어떻게 형성되고 제도화되었는지 살피고, ‘미적 근대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한국 디자인의 문화적 특징을 분석한다. 아울러 국제적 대형 이벤트가 한국적 디자인 담론을 형성한 과정과 디자이너 안상수의 조형과 담론을 사례로 한국 디자인의 가능성과 한계를 함께 짚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