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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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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두 가지 키워드와 한 편의 짧은 소설로 열리는

‘하이퍼링크’의 아름다움과 힘

파란색 밑줄로 세계를 다시 읽고, 쓰고, 연결하기

『하이퍼링크』는 웹페이지 위 파란색 밑줄에서 출발해, 하이퍼링크를 세계를 읽고, 쓰고, 연결하는 방식으로 확장해 살핀다. 10년 이상 미술 및 디자인계 안팎에서 활동하며 AG 랩 디렉터로 일하는 저자 민구홍은 하이퍼링크를 인터넷의 작은 장치로만 보지 않는다. 하이퍼링크는 문서와 문서 사이를 잇는 기술이면서 사람과 사물, 기억과 기록, 우연과 의도, 본문과 각주, 검색창과 질문, 저자와 독자를 잇는 오래된 형식이기도 하다.
책은 마흔두 가지 키워드와 정중앙에 놓인 짧은 소설로 이뤄져 있다. 첫 키워드 「파란색」에서 시작해 「제나두」 「마우스」 「리믹스」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등을 거쳐 마지막 키워드에 도착한다. 가운데의 짧은 소설은 책 자체를 다시 여는 링크처럼 작동한다. 독자는 책을 읽는 동시에 책이 자기 자신을 접고 펼치는 방식을 마주한다.

편집자의 글

하이퍼링크로 세계를 읽고, 쓰고, 연결하는 방식을 살피는

마흔두 가지 키워드와 한 편의 짧은 소설

‘하이퍼링크’는 하이퍼텍스트의 단어, 구, 기호 같은 요소를 그 하이퍼텍스트의 여타 요소 또는 별개의 하이퍼텍스트 속 요소와 연결한 파란색 밑줄이다. 『하이퍼링크』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그거 그냥 파란색 밑줄 아닌가요?” 책은 이 질문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다. 파란색 밑줄은 클릭할 수 있는 표시이자, 이동의 약속이며, 아직 열리지 않은 문이다.
『하이퍼링크』는 웹페이지 위의 파란색 밑줄에서 출발해 하이퍼링크를 기술적 기능으로 제한하지 않고 세계를 읽고, 쓰고, 연결하는 방식으로 확장해 살핀다. 10년 이상 미술 및 디자인계 안팎에서 활동하며 AG 랩 디렉터로 일하는 저자는 하이퍼링크를 인터넷의 작은 장치로만 보지 않는다. 하이퍼링크는 문서와 문서 사이를 잇는 기술인 동시에 사람과 사물, 기억과 기록, 우연과 의도, 본문과 각주, 검색창과 질문, 저자와 독자를 잇는 오래된 형식이다.
책은 마흔두 가지 키워드와 정중앙에 놓인 짧은 소설 「다음 페이지로 이동할까요?」로 이뤄져 있다. 「파란색」에서 시작한 책은 「제나두」 「HTML」 「코카-콜라」 「위키」 「검색창」 「문다네움」 「각주」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등을 거쳐 마지막 키워드에 도착한다. 가운데의 짧은 소설은 책 자체를 다시 여는 링크처럼 작동한다. 독자는 책을 읽는 동시에 책이 자기 자신을 접고 펼치는 방식을 마주한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장치에 그치지 않는,

무엇을 읽고, 믿고, 놓치고, 다시 찾는지를 정하는 틀로서의 파란색 밑줄

저자는 하이퍼링크의 역사를 테드 넬슨의 제나두, 팀 버너스리의 HTML, 더글러스 엥겔바트의 마우스, 버니바 부시의 메멕스, 폴 오틀레의 문다네움 같은 기술사의 장면들과 함께 짚는다. 동시에 로런스 스턴의 『신사 트리스트럼 섄디의 인생과 생각 이야기』,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 보르헤스의 도서관과 오솔길, 탈무드의 본문 구조, 브라이언 이노의 『공항을 위한 음악』, 앤디 카우프만의 코미디 무대, 폴 토머스 앤더슨의 「매그놀리아」 같은 문학, 음악, 극, 영화의 사례를 통과한다. 예술과 문화를 거치는 이 과정에서, 하이퍼링크는 기술적 정체성에서 잠시 벗어난다. 생각을 옆길로 새게 하고, 다른 문장을 부르고, 우연이 의미로 의심받게 하고, 각주가 본문을 흔드는 방식으로 다르게 등장한다.
책은 오늘날의 웹도 함께 다룬다. 「벽」과 「필터 버블」에서는 연결을 막거나 보이지 않게 배열하는 장치들을 발견하고, 「인터넷 아카이브」에서는 사라진 페이지와 얇은 현재를 붙잡는 시도를 다룬다. 「좋아요」에서는 극히 짧은 사회적 반응이 어떻게 관계와 평판과 알고리즘의 연료가 되는지 살피며, 「AI」에서는 인공지능이 하이퍼링크를 압축하는 동시에 지워버리는 방식을 묻는다. 이 책에서 하이퍼링크는 낙관적인 연결만을 상징하지는 않는다. 하이퍼링크는 막히고, 사라지고, 추천되고, 최적화되고, 때로는 친절한 얼굴로 우리를 방 안에 머무르게 한다.

“세계는 그 자체로 하이퍼텍스트다.

그리고 세계에 자리하거나 자리할 모든 것은 하이퍼링크다.”

이 책은 기술을 섣불리 삶으로 은유하기보다 기술 자체를 오래 들여다본다. 파란색, 밑줄, 클릭, 스크롤, 검색창, 편집 버튼, 각주 번호, 우편 주문 양식, 인덱스카드, 의자 같은 세부 형식과 사물이 먼저 말하도록 한다. 이로써 책 속 문장들은 스스로 하이퍼링크처럼 기능한다. 하나의 키워드는 다른 키워드를 부르고, 한 챕터의 끝은 다음 챕터의 문턱이 되며, 마지막에는 저자의 이름마저 하나의 하이퍼링크가 된다.
『하이퍼링크』는 웹에 관한 책이면서, 읽기와 쓰기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어떤 문장을 클릭할 것인가. 어떤 하이퍼링크를 누르지 않을 것인가. 어떤 페이지는 왜 사라졌고, 어떤 기록은 왜 남았는가. 검색창 앞에서는 왜 말을 줄이는가. AI가 답을 내놓을 때 사라진 하이퍼링크는 어디에 있는가. 책은 이런 질문들을 하나의 결론으로 정리하지 않는다. 그 대신 마흔두 가지 키워드와 한 편의 짧은 소설을 통해 독자가 직접 연결을 만들도록 둔다.
『하이퍼링크』는 파란색 밑줄 하나에서 시작해 세계가 어떻게 서로를 가리키고, 놓치고, 다시 여는지 묻는다. 그리고 먼저 덧붙인다. “세계는 그 자체로 하이퍼텍스트다. 그리고 세계에 자리하거나 자리할 모든 것은 하이퍼링크다.”

책 속에서

오늘날 웹의 겉모습은 훨씬 복잡해졌다. 프레임워크, 빌드 도구, 컴포넌트, 상태 관리, 서버 사이드 렌더링. 온갖 이름의 라이브러리가 화면 뒤에서 분주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웹페이지 가장 아래에는 여전히 HTML이 있다. 아무리 화려한 인터페이스도 결국 제목, 본문, 하이퍼링크, 이미지, 버튼 같은 오래된 요소로 돌아온다. 웹이 똑똑해질수록 HTML의 단순함은 더 낯설게 빛난다.

_23쪽, 「HTML」

네오시티에서 HTML 파일을 올리는 일은 거창한 창작 행위라기보다 작은 말뚝을 박는 일이다. 여기 내가 있었다. 여기 내가 좋아하는 색이 있었다. 여기 내가 좋아하는 밴드, 고양이, 만화, 이상한 시, 이해할 수 없는 버튼이 있었다. 그 말뚝은 가끔 삐뚤고, 색칠은 번지고, 문패는 투박하다. 하지만 그 엉성함은 템플릿이 대신해줄 수 없는 것이다.

_55쪽, 「네오시티」

창조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기적이 아니다. 아직 서로 모르는 것을 조심스럽게, 때로는 뻔뻔하게 만나게 하는 일이다. 그렇게 복사하고, 변형하고, 결합한다. 그러다 가끔 예상하지 못한 문장이 생기고, 자신이 훔친 것보다 조금 더 이상한 무언가가 책상 위에 남는다. 그때 조용히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완전히 내 것은 아니지만, 이제 막 나를 통과했다고.

_62쪽, 「리믹스」

벽이 무서운 까닭은 단지 막기 때문이 아니다. 벽은 세계의 모양을 바꾼다. 어떤 하이퍼링크가 열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다. 무엇을 알 수 있고, 무엇을 말할 수 있고, 무엇을 상상할 수 있는지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검색 결과가 보이지 않고, 어떤 이름이 사라지고, 어떤 이미지가 공유되지 않을 때, 부재는 점점 풍경이 된다. 검열은 정보를 지우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무엇이 없는지 모르게 만드는 일이다.

_70쪽, 「벽」

단어는 대상을 향하지만 자주 빗나가고, 문장은 의미를 담으려 하지만 자주 넘치고, 대화는 서로를 연결하려 하지만 자주 엉뚱한 곳에 데려간다. 그럼에도 말은 계속된다. 클릭보다 오래된 방식으로, 서로를 향해 작은 하이퍼링크를 보낸다.

_82쪽, 「언어」

타이포그래피의 힘은 눈에 띌 때보다 눈에 띄지 않을 때 더 커진다. 비어트리스 워드(Beatrice Warde)는 타이포그래피를 ‘투명한 와인 잔’에 비유했다. 좋은 잔은 자신을 과시하기보다 그 안의 와인을 보이게 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아름답고, 조금 위험하다. 투명함은 중립처럼 보이지만, 중립도 하나의 양식이다. 타이포그래피의 존재가 덜 감지될수록 문장은 스스로 자연스러운 진리처럼 보인다. 잘 조판된 거짓말은 어설프게 조판된 진실보다 자주 믿음직하다.

_83-4쪽, 「타이포그래피」

모든 연결에는 중심이 필요하지 않다. 모든 시작에는 기원이 필요하지 않다. 어떤 생각은 위에서 내려오지 않고, 옆에서 스민다. 우리는 하이퍼링크를 따라 계단을 오르지 않는다. 땅속줄기처럼 엉킨 길을 더듬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새순이 올라온다. 지식일 수도, 우정일 수도, 잡초일 수도 있다. 어쨌든 셋은 대체로 구별하기 어렵다. 뽑고 나서야 무엇이 자라고 있었는지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_92쪽, 「리좀」

우리는 좋아요를 누르며 서로 다른 말을 하나의 버튼에 밀어 넣는다. 버튼은 작고, 쉽고, 자주 오해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누른다. 길게 말할 수 없을 때, 지나치기에는 마음이 조금 걸릴 때, 아주 작은 방식으로 누군가의 페이지에 다녀갔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좋아요는 얕은 감정처럼 보이지만, 얕은 물에도 사람이 비친다.

_133쪽, 「좋아요」

웹은 우리를 자주 극단으로 보낸다. 더 빠른 반응, 더 강한 주장, 더 짧은 문장, 더 선명한 분노, 더 즉각적인 판단. 알고리즘은 대체로 미묘함을 좋아하지 않는다. 미묘함은 클릭률이 낮고, 망설임은 공유되기 어렵고, 조심스러운 문장은 화가 난 문장보다 천천히 퍼진다. 온라인의 말이 쉽게 한쪽 끝으로 몰리는 것은 그래서다. 좋거나 나쁘거나, 천재거나 사기꾼이거나, 옳거나 틀렸거나. 가운데는 이런 세계에서 인기가 없다. 하지만 인기가 없다는 사실이 곧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감각은 유행하지 않기 때문에 더 오래 필요하다.

_169쪽, 「가운데」

하이퍼링크는 정보를 찾기 위한 도구지만, 누군가를 다른 누군가에게 연결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지금 당신의 웹사이트나 블로그 어딘가에 친구를 향한 하이퍼링크를 만들어보자. 이는 광활한 인터넷에서 여기에도 사람이 있다고 말하며 서로의 문고리에 가느다란 끈을 묶는 일이다. 웹은 검색창만으로 넓어지지않는다. 가끔은 옆집으로 가는 작은 버튼 하나로도 충분히 넓어진다.

_176쪽, 「웹링」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쓴다. 말로만 하면 사라질 것 같고, 생각만 하면 흩어질 것 같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면 정말 없었던 일이 될 것 같다. 글쓰기는 세계를 정확히 붙잡지는 못하지만,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아까운 것에 임시 주소를 붙인다. 사랑, 분노, 의심, 농담, 기억, 실패, 사과, 설명하지 못한 까닭. 문장은 그런
것을 잠시 머물게 하는 작은 주소창이다. 완벽하게 도착하지 못해도, 어디론가는 간다.

_190쪽, 「글쓰기」

차례

들어가며
파란색
제나두
HTML
공항과 음악
트리스트럼 섄디
마우스
피네간의 경야
앤디 카우프만
탈무드
네오시티
리믹스
도서관과 오솔길

홀 어스 카탈로그
언어
타이포그래피
리좀
코카-콜라
딥웹
팔림프세스트
개념 미술
다음 페이지로 이동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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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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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우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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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창
양자 얽힘
문다네움
각주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42
민구홍
나가며

민구홍

중앙대학교에서 문학과 언어학을, 미국 시적연산학교(School for Poetic Computation, SFPC)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하지만 ‘좁은 의미의 문학과 언어학’ 또는 ‘시적 연산’으로 부르기를 좋아한다.)을 공부했다. 안그라픽스와 워크룸에서 편집자,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등으로 일했다. 1인 회사 민구홍 매뉴팩처링(Min Guhong Manufacturing)을 운영하며 미술 및 디자인계 안팎에서 활동하는 한편, ‘현대인을 위한 교양 강좌’를 표방하는 ‘새로운 질서’를 통해 스튜디오 파이·취미가,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홍익대학교 등과 어깨동무하며 ‘개념적이고 실용적인 글쓰기’의 관점에서 코딩을 이야기하고 가르친다. 지은 책으로 『위키위키위키』 『구조 사전: 예순네 가지 구조의 구조』 『“도둑질은 좋다.”』 『새로운 질서』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새로운* 그래픽 디자인 교육 과정』 『이제껏 배운 그래픽 디자인 규칙은 다 잊어라. 이 책에 실린 것까지.』 등이 있다. 2022년 2월 22일부터 안그라픽스 랩(약칭 및 통칭 ‘AG 랩’) 디렉터로 일하며 ‘하이퍼링크’를 만든다. 2026년 공개한 텍스트 기반 위키 엔진 위키위키위키(WikiWikiWiki)의 개발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