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링크로 세계를 읽고, 쓰고, 연결하는 방식을 살피는
마흔두 가지 키워드와 한 편의 짧은 소설
‘하이퍼링크’는 하이퍼텍스트의 단어, 구, 기호 같은 요소를 그 하이퍼텍스트의 여타 요소 또는 별개의 하이퍼텍스트 속 요소와 연결한 파란색 밑줄이다. 『하이퍼링크』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그거 그냥 파란색 밑줄 아닌가요?” 책은 이 질문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다. 파란색 밑줄은 클릭할 수 있는 표시이자, 이동의 약속이며, 아직 열리지 않은 문이다.
『하이퍼링크』는 웹페이지 위의 파란색 밑줄에서 출발해 하이퍼링크를 기술적 기능으로 제한하지 않고 세계를 읽고, 쓰고, 연결하는 방식으로 확장해 살핀다. 10년 이상 미술 및 디자인계 안팎에서 활동하며 AG 랩 디렉터로 일하는 저자는 하이퍼링크를 인터넷의 작은 장치로만 보지 않는다. 하이퍼링크는 문서와 문서 사이를 잇는 기술인 동시에 사람과 사물, 기억과 기록, 우연과 의도, 본문과 각주, 검색창과 질문, 저자와 독자를 잇는 오래된 형식이다.
책은 마흔두 가지 키워드와 정중앙에 놓인 짧은 소설 「다음 페이지로 이동할까요?」로 이뤄져 있다. 「파란색」에서 시작한 책은 「제나두」 「HTML」 「코카-콜라」 「위키」 「검색창」 「문다네움」 「각주」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등을 거쳐 마지막 키워드에 도착한다. 가운데의 짧은 소설은 책 자체를 다시 여는 링크처럼 작동한다. 독자는 책을 읽는 동시에 책이 자기 자신을 접고 펼치는 방식을 마주한다.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장치에 그치지 않는,
무엇을 읽고, 믿고, 놓치고, 다시 찾는지를 정하는 틀로서의 파란색 밑줄
저자는 하이퍼링크의 역사를 테드 넬슨의 제나두, 팀 버너스리의 HTML, 더글러스 엥겔바트의 마우스, 버니바 부시의 메멕스, 폴 오틀레의 문다네움 같은 기술사의 장면들과 함께 짚는다. 동시에 로런스 스턴의 『신사 트리스트럼 섄디의 인생과 생각 이야기』, 제임스 조이스의 『피네간의 경야』, 보르헤스의 도서관과 오솔길, 탈무드의 본문 구조, 브라이언 이노의 『공항을 위한 음악』, 앤디 카우프만의 코미디 무대, 폴 토머스 앤더슨의 「매그놀리아」 같은 문학, 음악, 극, 영화의 사례를 통과한다. 예술과 문화를 거치는 이 과정에서, 하이퍼링크는 기술적 정체성에서 잠시 벗어난다. 생각을 옆길로 새게 하고, 다른 문장을 부르고, 우연이 의미로 의심받게 하고, 각주가 본문을 흔드는 방식으로 다르게 등장한다.
책은 오늘날의 웹도 함께 다룬다. 「벽」과 「필터 버블」에서는 연결을 막거나 보이지 않게 배열하는 장치들을 발견하고, 「인터넷 아카이브」에서는 사라진 페이지와 얇은 현재를 붙잡는 시도를 다룬다. 「좋아요」에서는 극히 짧은 사회적 반응이 어떻게 관계와 평판과 알고리즘의 연료가 되는지 살피며, 「AI」에서는 인공지능이 하이퍼링크를 압축하는 동시에 지워버리는 방식을 묻는다. 이 책에서 하이퍼링크는 낙관적인 연결만을 상징하지는 않는다. 하이퍼링크는 막히고, 사라지고, 추천되고, 최적화되고, 때로는 친절한 얼굴로 우리를 방 안에 머무르게 한다.
“세계는 그 자체로 하이퍼텍스트다.
그리고 세계에 자리하거나 자리할 모든 것은 하이퍼링크다.”
이 책은 기술을 섣불리 삶으로 은유하기보다 기술 자체를 오래 들여다본다. 파란색, 밑줄, 클릭, 스크롤, 검색창, 편집 버튼, 각주 번호, 우편 주문 양식, 인덱스카드, 의자 같은 세부 형식과 사물이 먼저 말하도록 한다. 이로써 책 속 문장들은 스스로 하이퍼링크처럼 기능한다. 하나의 키워드는 다른 키워드를 부르고, 한 챕터의 끝은 다음 챕터의 문턱이 되며, 마지막에는 저자의 이름마저 하나의 하이퍼링크가 된다.
『하이퍼링크』는 웹에 관한 책이면서, 읽기와 쓰기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어떤 문장을 클릭할 것인가. 어떤 하이퍼링크를 누르지 않을 것인가. 어떤 페이지는 왜 사라졌고, 어떤 기록은 왜 남았는가. 검색창 앞에서는 왜 말을 줄이는가. AI가 답을 내놓을 때 사라진 하이퍼링크는 어디에 있는가. 책은 이런 질문들을 하나의 결론으로 정리하지 않는다. 그 대신 마흔두 가지 키워드와 한 편의 짧은 소설을 통해 독자가 직접 연결을 만들도록 둔다.
『하이퍼링크』는 파란색 밑줄 하나에서 시작해 세계가 어떻게 서로를 가리키고, 놓치고, 다시 여는지 묻는다. 그리고 먼저 덧붙인다. “세계는 그 자체로 하이퍼텍스트다. 그리고 세계에 자리하거나 자리할 모든 것은 하이퍼링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