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커뮤니티 디자인』의 저자, 야마자키 료가 말하는 디자인은 바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도구’로서의 디자인이다. 야마자키 료는 지역의 과제를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돕는 일본의 유명 커뮤니티 디자이너이다. 2011년, NHK 〈정열대륙(情熱大陸)〉과 〈클로즈업 현대(クロズアップ現代)〉라는 인기 TV프로그램에서 그의 활동이 방영되고, 같은 해에 『커뮤니티 디자인』이 일본에서 10쇄를 넘기면서 화제가 된 인물이다.
그가 주목받는 이유는 아마도 현존하는 문제에 뿌리를 둔 디자인 활동이 문제 해결 방법의 새로운 모색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한다. 사람과 마을이 서로 연결되는 방법을 찾기 위해 탐색하고, 현지 주민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그 분석 데이터와 디자인 제안을 공공사업에 접목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펼친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여 가장 배려 깊고 설득력 있는 디자인적 해결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2010년 ‘무연사회’라는 공포에 떨어야만 했던 일본에서 커뮤니티 디자인이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커뮤니티 디자인』은 오늘의 디자인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가치를 실험하고, 이 시대에 필요한 담론을 세우고자 한다. 역사적으로 디자인이 사회 구성에 기여한 사례는 많이 있지만, 이처럼 사회 깊숙이 들어가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주는 사례는 드물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에 따라 산업 도구로만 소비되어 온 디자인이었기에 커뮤니티 디자인이 특히 더 의미 있다. 야마자키 료의 활동은 실제로 지역의 활성화에 효과적이라는 면에서 그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커뮤니티 디자인』에서는 야마자키 료가 펼쳐 온 10여 개가 넘는 프로젝트 안에서 그만의 커뮤니티 디자인 방법론을 확인할 수 있다. 마을과 커뮤니티 만들기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도 디자인의 사회 참여 일환으로서 ‘커뮤니티 디자인’을 주목해 볼 만하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수많은 과제는 당연하게도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일본의 대표 커뮤니티 디자이너 야마자키 료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방법을 찾아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커뮤니티의 힘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커뮤니티 디자인은 ‘함께’ 어울려 사는 우리의 삶과 보이지 않는 물질 이면을 설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