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디자인의 역사와 전통,
국제그래픽연맹 AGI
AGI는 1951년 설립 이후 줄곧 디자인계의 전설과도 같은 유명 디자이너들이 회원으로 활동하며 성장해왔다. AGI의 회원 가입 절차는 수상자 선정 제도와 비슷하다. AGI의 회원이 된다는 것은 선정된 후보의 중요성, 작품, 개성을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인정하고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현재 ‘I♥NY’의 디자이너 밀턴 글레이저Milton Glaser, IBM 로고를 디자인한 폴 랜드Paul Rand,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위스 여권 디자인의 로저 푼트Roger Pfund, 한글꼴 디자이너 안상수, 무인양품MUJI의 아트 디렉터 하라 켄야原研哉 등 그래픽 작업으로 잘 알려진 디자이너들이 주요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AGI는 매년 회원국에서 연례 총회와 전시회를 열어 디자인 분야의 직업 윤리를 되돌아보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한편 디자인 업계와 교육 분야에서도 열린 자세로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매년 총회가 열릴 장소는 AGI 회원을 배출한 나라의 도시 중에서 디자인 지향적인 도시로 선정하고 있다.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서울의 만남
그 교감과 감동
2016년 총회는 지난 9월 24일부터 29일까지 서울에서 열렸으며, 총 11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특히 서울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AGI Open은 개최 도시의 문화예술가와 미래의 디자이너들에게 AGI 회원들의 상상력과 연구, 작품을 소개하고 동시대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국제 교류의 뜻깊은 장이며, 새로운 모색을 위해 영감을 나누는 창조적인 시간이었다. 펜타그램의 폴라 셰어와 ≪뉴요커≫의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토프 니먼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생생한 창의적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던 국제 디자인 컨퍼런스 AGI Open은 뜨거운 관심과 더불어 티켓 전석 조기 매진을 기록하며 1,000여 명의 청중이 이 현장에 참여했다.
이 책은 ‘AGI SEOUL 2016’을 통해 AGI 소속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한국의 열정적인 디자인 공동체가 교류한 시간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다. 이 만남을 기념하는 아카이브로서 2016 AGI Open에서 공유한 AGI 회원들의 작품세계와 철학, 그리고 AGI Congress에서 발표한 디자이너들의 창의적인 작업을 보존하며 그때의 감동과 창조적 에너지를 생생하게 포착했다. 이 책에는 DDP에서 열린 AGI Open, 리움에서 진행된 AGI Congress의 내용과 더불어, 디자인 수도 서울을 위해 AGI 회원들이 디자인한 포스터 전시, 한국 회원들이 이 만남을 위해 1년이 넘도록 준비한 갈라 디너,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스케치가 수록되어 있다. 본 행사를 축하하며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 전시 <한글 書×라틴 타이포그래피–동서 문자문명의 대화>의 기록도 실었다.
특별한 순간과 AGI의 감성이 담긴
실험적인 디자인
이 책은 전 세계의 AGI 회원들과 국제적인 독자층을 고려하여 국영문 혼용으로 출간되었으며, 책의 조형적 구조와 구성에서도 AGI의 실험적인 태도와 감성을 담아내고자 했다. AGI Korea 회원 크리스 로의 디자인으로, 총 3권으로 구성하되 각 부분들이 하나의 표지 안에서 독특한 전개 방식으로 묶었다. 그중 2권은 국문에 동양적인 세로쓰기를 적용하고 책장을 넘기는 방향도 왼쪽으로 다르게 디자인했다. 이 책은 한정판으로 전면 검은 종이에 은색 잉크를 사용한 인쇄 공정과 수공예적 가공이 돋보이며, 한국에서 열린 세계 그래픽 디자인계의 기념비적 건축물을 구조화하는 방식과 의미로서 제작된 기록의 오브제라고 할 수 있다. 부디 이 책을 통해 디자인과 문화 예술이라는 화두 아래 세계의 발전을 모색했던 뜨거운 현장의 창조적 힘과 특별한 순간을 많은 독자와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