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라픽스

디자인의 가치

The Value of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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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고유한 역할이 변하는 지금,
우리는 변화의 프로세스를 계획한다

디자인은 사회문화적 산물인 동시에 가치의 영역이다. 시장과 소비, 작업과 평가로 점철된 현시대에 디자인의 본질을 깊이 성찰할 기회는 드물다. 이 책 『디자인의 가치』는 이론과 역사를 기반으로 디자인의 미래를 조망하며,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을 던진다. 디자인이야말로 삶을 의미 있게 구성할 유용한 잠재력임을 확신하는 이 책은 하나의 사유이자 태도에 가깝다.

지은이 프랭크 바그너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한 명의 디자이너로서 소셜 미디어의 ‘좋아요’에 의존하지 않으려면, 피상적인 교류에서 벗어나 자신을 신뢰하려면, 사회적 인정과 경제적 생존권을 보장받으려면, 새로운 관점에서 디자인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급변하는 시대를 감당할 것인가, 아니면 외면할 것인가. 이 화두에 대한 답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편집자의 글

변화에 앞서 제기된 날선 질문

디자인은 하나의 역사이자 학문이다. 기술과 콘텐츠를 품는 그릇이고, 미학과 이상을 실현하는 도구이며, 소통과 갈망의 수단이다. 또한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윤리적으로 접근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디자인은 무엇이며, 디자이너는 누구인가’ 하는 궁극적인 명제를 둔 이 책의 주요 골자는, 디자인 업계뿐 아니라 현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분야와도 맞닿아 있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소통하여 더 나은 삶을 만들자는 메시지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목적은 디자이너의 활동 무대를 넓히기 위함이 아니라, 삶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온 디자인의 현주소를 읽고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데 있다. 이는 디자이너가 어떤 현안에 대해 여러 분야와의 접점에서 해결 방안을 도출하고, 유연하고 메타적인 시야를 확보하는 일이다.

디자인은 비교적 젊은 학문이다. 국제적인 디자인 에이전시를 운영하며 학제간 통합에 앞장서 온 프랭크 바그너는 고전적인 원칙이 배제된 성장, 무한 경쟁, 새로운 디자인 분야의 탄생을 지켜보며 의문을 품는다. “디자인의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누구나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시대에 과연 디자인이 미래지향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디자인은 외면당할 것인가 아니면 그 위상이 높아질 것인가?” 그는 시류에 편승하기 전에 지금의 ‘디자인’을 완성한 요소들을 되짚어보기로 한다. 디지털화와 버금가는 사회적 변혁이 일어난 산업혁명 시대, 대량 생산 체제가 시작된 18세기 유럽에서는 순수예술에서 분리된 디자인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당시 변화를 감지하고 새로운 흐름을 주도했던 과거 디자이너들의 시도와 성취는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바그너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이 자기반성과 성찰을 불러오며,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확신했다.

디자인을 이해하기 위한 열띤 변론

프랭크 바그너는 조형이나 서비스에 국한되지 않는 확장된 접근, 사회적 환경을 고려한 디자인에 미래가 있다고 보았다. 어드밴스드 디자인(Advanced Design)이라 부르는 이 개념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변화를 위한 변화를 지양하고, 사람에게 꼭 필요하고 이로운 디자인이 무엇인지 고찰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우리는 가끔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창조해야 한다.” 그는 독일의 철학자 아도르노(Theodor Adorno)를 인용하며 창작자는 직관을 따르는 동시에 어드밴스드 디자인과 연계해 실체화된 결과물을 만들고 의미를 채워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노력은 결국 디자이너가 지녀야 할 책임감으로 이어지며, 실용적이고 현실적인 윤리 행동 규준, 즉 코덱스 디자인(Codex Design)으로 귀결된다. 역사와 학문으로서의 디자인, 디자인을 구성하는 요소와 활용 방법 그리고 그 효과, 제품과 서비스를 인식하고 경험하는 과정, 창의력을 고취하기 위한 각종 이론들, 이상과 윤리를 반영한 변화의 방향까지.

하루하루 급변하는 시대에 여전히 디자인의 가치를 믿는 협업 디자이너의 열띤 변론을 담은 이 책은, 산업 디자이너 디터 람스(Dieter Rams)의 전언으로 요약된다. “나는 이미 20년 전 현장에서 은퇴했지만 프랭크 바그너가 제기한 디자인계 현안을 보고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그의 탁월한 사유가 책으로 엮인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책 속에서

이제 디자인은 단순히 형태를 부여하는 작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형태’는 여전히 유효한 과제다. 디자인이라는 개념은 산업혁명 초기에 등장했지만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기능과 형태의 필요성을 반영해왔다. 형태를 부여하는 일은 실생활을 개척하고 구성하기 위한 인간의 가능성을 의미했다. 세계가 산업혁명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디자인과 관계 – 디자인은 시류 현상이다」, 19쪽

디자인의 관계적 특성은 다분히 사적이며 인간적인 관계 속에서 존재하기 마련인데, 수많은 선택지와 시장의 논리 때문에 그 특성을 잃어버린다. 세상이 이런 방향으로 발전한다면 디자이너의 역할이 축소되고, 무한 경쟁에서 전문성을 표출할 기회가 사라질지 모른다.

「디자인과 학문 – 디자인의 민주화」, 53쪽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고 지각하는 모든 것은 그 어느 때보다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표현된다. 매일같이 이미지가 쏟아지는 가운데 주목받는 디자인을 하려면 인간이 보고 지각하는 메시지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디자이너는 어떠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하는가? 우리는 시각적 인상이 주는 효과와 그 상관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디자인과 효과 – 시각적 과잉을 고려한 지각」, 63쪽

이상화된 형태는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다. 궁극적으로 콘텐츠와의 조화를 이루는 데 기여하는 셈이다. 이는 제품, 사람, 가치관, 커뮤니케이션에도 해당한다. 콘텐츠가 형태를 결정할 수 있듯이 형태도 콘텐츠를 결정할 수 있다. 1876년 독일의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인 구스타프 페히너(Gustav Theodor Fechner)가 『미학 입문(Vorschule der Ästhetik)』에서 “예술 작품이 추구해야 할 가치 중, 내용 자체가 그대로 표현되는 형태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는가.”하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디자인과 콘텐츠 – 콘텐츠에 의존하는 형태」, 99쪽

아리스토텔레스는 “윤리는 행동지침이다. 윤리적 잣대는 인간이 바르게 행동할 수 있는 기준”이라고 했다. 행동 지침에 대한 책임은, 사회가 의식이 있고, 의뢰인이 준수하며, 참여자가 실천하는 데 있다. 우리는 ‘사회적 올바름’이라는 윤리로부터 빗장을 걸어놓을 수 없다. 결국 디자이너에게도 행동 지침이 필요하다.

「디자인과 윤리 – 코덱스 디자인」, 174쪽

차례

시작하며

모든 것의 시작
디자인과 관계
디자인과 학문

디자인 통합
디자인과 효과
디자인과 미학
디자인과 갈망
디자인과 콘텐츠
디자인과 커뮤니케이션

무의식의 공감
디자인과 인지
디자인과 디자이너

이상에 대한 동경
디자인과 이상
디자인과 변화

코덱스 디자인
디자인과 윤리
디자인과 미래

마치며
참고문헌

프랭크 바그너

디자이너이자 프리랜스 큐레이터로, 국제적인 디자인 에이전시 hw.d를 설립하고 20년 동안 이끌어왔다. 여러 기관과 기업, 브랜드, 디자이너와 현장에서 일했으며, 새로운 디자인 문화를 다루는 잡지를 발행한다. 쾰른 루드비히박물관과 암스테르담 코브라박물관에서 전시를 기획했으며, 현재 독일 뮌헨에 거주한다.

강영옥

덕성여자대학교 독어독문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독과에서 공부했다. 여러 기관에서 통번역가로 일했으며,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쳤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자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한다. 옮긴 책으로는 『노화, 그 오해와 진실』『나는 이기적으로 살기로 했다』『슈뢰딩거의 고양이: 물리학의 역사를 관통하는 50가지 실험』 등이 있다.
은 안그라픽스에서 발행하는 웹진입니다. 사람과 대화를 통해 들여다본
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