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라픽스

타이포그래픽 디자인

Typographische Gestaltung

온라인 판매처

기본적인 타이포그래피 안내서

이 책 『타이포그래픽 디자인』은 얀 치홀트가 『새로운 타이포그래피』를 저술한 1928년 이후 나치의 탄압으로 독일에서 스위스로 이주한 뒤 1935년에 쓴 이론서이다. 다소 과격하고, 교조적인 자세의 『새로운 타이포그래피』는 새로운 타이포그래피를 둘러싼 여러 유의미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이 책에서 얀 치홀트는 이전에 『새로운 타이포그래피』에서 주장한 가운데 맞춤 조판, 장식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한층 더 완숙하게 발전시켰다. 그 과정에서 그는 활자, 낱말, 글줄, 단락 등의 운용, 종이의 규격, 표와 줄, 색 등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에서 매크로 타이포그래피를 비롯해 타이포그래피 주변까지 현대인의 눈으로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고 스스로 그에 답했다. 또한, 당시 그가 주장한 새로운 책에 생각은 오늘날 책을 만드는 이를 비롯해 책을 읽는 이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노랑 책’의 부활, 국내에 번역된 얀 치홀트의 유일한 저술

얀 치홀트가 한국에 정식으로 소개된 것은 1990년 출간된 『타이포그라픽 디자인』을 통해서였다. 그전까지 얀 치홀트는 타이포그래피 관련 도서에 인용으로만 존재했다. 그 책은 표지의 노랑 바탕 덕에 ‘노랑 책’이라 불리며 그래픽 디자이너와 편집자 등 출판 전문가 사이에서 타이포그래피 교본으로 꾸준히 읽히며 ‘조용한 전설’의 역할을 해왔다. 이 책 『타이포그래픽 디자인』은 2006년 『타이포그라픽 디자인』의 개정판이 출간되고, 그 개정판마저 절판된 이후, 여러 책에서 인용과 주석으로만 존재해온 얀 치홀트의 목소리를 스위스 바젤디자인예술대학교의 타이포그래피 전문가 안진수의 독일어 원전 번역으로, 생생하게 다시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다.

편집자의 글

독일어 원전에 충실

『타이포그래픽 디자인』의 초판과 개정판이 국내에 출간된 뒤 얀 치홀트와 관련된 책이 여럿 출간되었고, 그 가운데 눈에 띄는 성과가 적지 않다. 따라서 1990년대 초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초판과 개정판에 수록한 일본의 그래픽 디자이너 하라 히로무의 해설, 얀 치홀트 연보 등의 부록을 이 책에서는 걷어내고 내용의 측면에서 독일어 원전 자체에 충실하고자 했다.

옮긴이 주와 판형

그럼에도 독일어 원전을 아무런 장치 없이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은 당시 인쇄업계 상황과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질 공산이 컸다. 이를 해결할 장치는 옮긴이 주였고, 자연스럽게 그 내용과 개수가 늘어났다. 옮긴이 주는 한 지면에서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이 독서 동선 등 여러 이유로 효과적이라 판단했다. 본문과 옮긴이 주를 한 지면에 효과적으로 담기 위해 결과적으로 지금과 같은 판형을 택했고, 그 비례로는 얀 치홀트가 제안한 비례를 따랐다.

얀 치홀트? 얀 치횰트?

독일어권에서 Jan Tschichold[ˈtʃɪçɔlt]는 ‘얀 치횰트’에 가깝게 발음된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는 국립국어원에서 정한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얀 치홀트’로 표기했다.

그래픽 디자이너뿐 아니라

이 책의 초판과 개정판이 절판된 뒤에도 일부 학교에서는 수업 교재로 채택된 웃지 못 할 일이 있었다. 그 학교들에서는 이 책의 복사본이 돌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출간된 지 20여 년이 지난 책이 여전히 학교에서 끊임없이 읽히고 있다는 점은 타이포그래피 고전으로서의 이 책을 실감하게 했다. 한편, 작업자는 문학을 전공했음에도 학생 시절 문학 작품 외에 읽은 책 가운데 이 책의 초판을 손에 꼽는다. 철저하게 실용적인 타이포그래피 안내서지만, 문학 밖의, 또 다른 차원의 상상력을 제공했다. 이 책은 그래픽 디자이너뿐 아니라 작가, 기획자, 편집자 등 문단과 문장을 오가는 가운데 글과 글자를 아끼고 증오하는,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이들에게도 권할 만하다.

추천사

1977년 어느 날, 종로1가의 한 서점에서 다 해진 책 한 권으로 얀 치홀트와 나는 처음 만났다. 내가 알던 타이포그래피 지식이 모두 이 책이 발원점이라는 사실에 흥분했다. 얀 치홀트는 이 책을 1935년 독일의 상황에 맞춰 썼다. 그러나 기술적인 것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오늘날에도 응용할 수 있다. 시대를 초월하는 그의 식견이 여전히 놀랍다.

안상수 | 그래픽 디자이너,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날개

책 속에서

타이포그래퍼의 모든 부분을 다루는 기술과 방법은 뿌리부터 바뀐 이 시대의 요구에서 비롯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내가 소개하는 새로운 규칙들은 변화의 시기와 더불어 그만큼 새롭고 쓸 만한 규칙도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는 인식에서 태어났다. 이런 규칙들이 점점 널리 퍼지고 있기에, 정확하고 이치에 맞는 설명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12쪽, 「머리말」에서

글이 잘 읽힐 수 있게 활자 사이보다 낱말 사이를 더 넓게 띄우는 것처럼, 글줄 사이 또한 낱말 사이보다 넓거나 최소한 그보다 좁지 않도록 띄어야 한다. 다시 말해, 글줄 사이를 어느 정도 띄운 글이야말로 좋은 글이라 할 수 있다.

61쪽, 「글줄 사이 띄우기, 글줄 모양 다듬기, 단락 만들기」에서

모든 타이포그래피는 평면에서의 디자인이다. 글줄과 단락을 올바르게 배치하는 일은 이치에 맞으면서도 분명한 대비 효과를 만드는 것과 똑같이 중요한 일이고, 이 둘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오늘날의 활자는 더는 장식으로 치장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용된다. 그래서 우리는 낱말이나 글줄을 만드는 활자의 역할을 넘어 평면을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서 활자의 역할도 주목해야 한다.

90쪽, 「평면 공간 구성」에서

얀 치홀트는 활자 사이나 글줄 사이를 바르게 띄우지 않는 철부지 같은 실수를 꾸짖은 것이 아니다. 그의 칼끝은 독자를 존중하지 않고 그저 그렇게 대하는 타이포그래퍼의 형편없는 자세와 이에 무감각해진 타이포그래피 문화를 겨눈다. 그의 글이 그 당시나 지금이나 타이포그래퍼의 마음에 불편한 가시로 남아 찌르는 이유는 우리에게 독자를 존중하는 원칙을 끊임없이 되새기기를 채찍질하기 때문이고, 다행히 우리에게 남아 있는 일말의 양심이 그의 글을 소중하고 아프게 받아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오늘날 휘황찬란한 신기루에 눈이 어두워 잊고 지낸 이 정신, 타이포그래퍼의 가슴 가장 깊은 곳에 은장도처럼 지녀야 할 정신을 얀 치홀트의 글을 통해 다시 일깨우게 되기를 바란다.

150쪽, 「옮긴이의 글」에서

차례

추천의 글

머리말
역사를 통해 되돌아보기
장식 타이포그래피 비평
새로운 또는 기능적 타이포그래피의 참뜻과 목적
활자
손 조판과 기계 조판
낱말
글줄
글줄에서의 강조
글줄 사이 띄우기, 글줄 모양 다듬기, 단락 만들기
첫 글줄의 들여짜기와 글줄 마무리 짓기
활자 크기의 비율, 표제, 활자체 섞어짜기
규격
일상적인 소량 인쇄물 작업
평면 공간 구성



종이
포스터
형태의 다양함
구체예술
타이포그래피, 색, 드로잉
새로운 책

옮긴이의 글

얀 치홀트

1902년 독일 인쇄 산업의 중심지였던 라이프치히에서 태어났다. 라이프치히그래픽서적예술대학(Hochschule fuer Grafik und Buchkunst Leipzig)에서 캘리그래피와 타이포그래피를 공부했다. 1923년 바우하우스 전시를 관람한 뒤, 1925년 《타이포그래피 보고서(Typographische Mitteilung)》에 「기본적인 타이포그래피(Elementare Typographie)」를 실어 유럽 인쇄업계에 이름을 알렸고, 1928년 현대적 그래픽 디자인 안내서인 『새로운 타이포그래피(Die neue Typographie)』를 발표해 새로운 타이포그래피와 관련된 논쟁을 촉발시켰다. 1933년 나치의 탄압으로 스위스로 이주한 뒤, 1935년, 과거 자신의 이론을 완숙하게 발전시켜 정리한 『타이포그래픽 디자인(Typographische Gestaltung)』을 발표했다. 1947년에서 1949년까지 영국 펭귄북스(Penguin Books)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했다. 1965년 영국 왕립미술협회(Royal Society of Arts)에서 명예왕실산업디자이너(Honorary Royal Designer for Industry)로 선정되었으며, 라이프치히에서 타이포그래피 문화에 공헌한 이에게 수여하는 구텐베르크상(Gutenberg Prize)을 받았다. 1974년 스위스에서 세상을 떠났다.

안진수

경북대학교 시각정보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스위스 바젤 디자인예술대학( Hochschule für Gestaltung und Kunst, HGK FHNW )의 시각커뮤니케이션학과( 현 Institute Digital Communication Environments, IDCE )에서 타이포그래피를 전공했다. 같은 학교와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시카고( University of Illinois at Chicago, UIC )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부터 바젤디자인예술대학에서 연구 조교로 근무하며 강의를 시작했고, 2014년부터 정식 임용되어 학사, 석사 과정의 타이포그래피 전공 수업과 콘셉트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얀 치홀트의 『 타이포그래픽 디자인( Typographische Gestaltung )』( 2014 ), 『책의 형태와 타이포그래피에 관하여』(2021), 에밀 루더의 『타이포그래피』(2023)를 우리말로 옮겼다.
은 안그라픽스에서 발행하는 웹진입니다. 사람과 대화를 통해 들여다본
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