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대로 살지 못하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며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소박한 백 년의 삶을 살았던 스콧 니어링(Scott Nearing)의 말이다.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이 말은 “다들 그러고 사니까”라는 이유로 남들처럼 바쁘게, 일만 하며 살아가는 텅 빈 현대인들을 향한 날선 회초리인지도 모르겠다. 바빠야 잘나가는 사람이라 인정받고, 끊임없이 뭔가를 모색해야 부지런한 사람이라 각광받는 지금 우리의 삶에 절실하게 요구되는 건 더 많은 생각과 더 많은 지성이 아니라, 내 안에 가득 찬 것들을 비우고 잠깐 멈추어 서서 자신의 삶을 관조하는 힘은 아닐까. 쉼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뇌를 쉬게 해주자는 취지에서 기획된 ‘멍 때리기 대회’의 참가자 수가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이유도 생각을 비우는 ‘멍 때리기’에서 새로운 삶의 가치를 발견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2,113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2위다. 긴 노동시간뿐 아니라 불안한 고용환경으로 경쟁이 일상화되면서, 우리는 끝없이 스펙을 쌓고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뒤처지고 사회에서 낙오된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산다. ‘저녁이 없는 삶’으로 비유되는 우리의 바쁜 일상은, 번아웃증후군이나 우울증,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끝없이 양산한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모든 것을 비우는 ‘멍 때리기.’ 멍 때리기는 비움으로써 채우려는 대안적인 삶의 방식이다. 남들이 하는 대로, 남들 눈치 보면서 살지 말고 나만의 방식으로 나답게 쉬엄쉬엄 살아가자는 독립 선언이기도 하다. 돈도 들지 않고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다. 그야말로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자신의 삶에 휴식을 주는 방법이다.
개성 넘치는 작품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순수예술 작가 오은정은 이 책에서 ‘멍 때리는 시간’ ‘쓸데없어 보이는 시간’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을 담고 있지만 자기만의 방에 갇혀 고독한 독백을 내뱉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추구하고 공감하는 이야기를 가득 풀어놓는다. 불쑥 여행 떠나기, 전용도로에서 벗어나 산책하기, 화초 키우기, 자신만의 공간 만들기 등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을 통해 일상 속에 숨 쉬고 있는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자고 제안한다. 무가치한 일이라 여겨지는 일에서 가치를 찾아가는 이런 삶의 방식은, 수많은 생각과 고민을 내려놓는 멍 때리기가 일상화됐을 때 가능하다.
멍 때리고 비우는 시간으로 한 박자씩 쉬어 가자고 권유하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바쁘지 않아도, 끝없이 공부하지 않아도 자신의 삶을 영감으로 가득 채울 수 있음을 배운다. 멍 때리는 시간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 쓸데없는 시간, 쓸데없는 짓이 주는 영감의 순간들을 경험하자는 작가의 제안은, ‘피로사회’ 속에서 앞만 보고 내달리는 우리 모두에게 큰 공감과 지지를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