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부터 풀이까지 오로지 우리말로만 지은,
배달말을 갈무리한 겨레 새 말집
『푸른배달말집』은 빗방울이라는 덧이름(호)를 쓰며 우리말 살리기와 고장 삶꽃(지역 문화) 살림이로 삶을 바친 김수업 님으로부터 비롯한다. 빗방울은 ‘우리말을 살리고 가꾸어 서로 뜻을 쉽고 바르게 주고받고 겨레말 속살을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풀이한 책을 짓는 것’을 큰 과녁으로 골잘 최인호, 날개 안상수, 들꽃 주중식, 마주 박문희, 한꽃 이윤옥, 한실 최석진과 함께 우리말 ‘세움이’가 되어 “배달말집”을 짓기로 뜻을 모았다. 그 뒤 2018해 빗방울이 돌아가시자 한실과 모둠살이(지역공동체) ‘푸른누리’에서 뜻을 이어받아 여섯 해 동안 책을 펴내려고 우리말을 찾아 모으고 다듬었다. 책은 나날삶에서 마땅한 듯 쓰이는 한자말과 서양말에 가려져 잊힌 우리말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풀이를 우리말로 쓰고, 새롭게 들온 말을 우리말로 바꾼 새말을 실었다. 지은이 한실이 말한 것처럼 “이 말집 어느 쪽을 펼치더라도 구슬 같고 깨알 같은 아름다운 우리말을 만나게” 된다.
푸른배달말집
편집자의 글
배움(교육), 뮘(운동), 갈(학문), 삶꽃(문화) ……
니혼말, 하늬말(서양말)에 가려진 우리말을 찾고
겨레의 삶꽃을 실은 아름다운 배달말과 새말을 풀이
한국에서 한국어를 쓰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매일 우리말을 쓰면서 산다고 생각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평소 너무나 많은 니혼말와 잉글말(영어)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하더라도 우리말을 버리고 한자말이나 하늬말(서양말)을 쓰자고 내세우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쓰는 말이 얼마나 우리말일까? 그 전에 우리말은 무엇이며, 우리말살이는 또한 무엇일까.
지은이 한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말을 쓴다는 말은 우리말로 말하고, 생각하고, 꿈꾸고, 우리말로 쓴 글이나 책을 읽고 산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쓰는 말은 다 우리말이라고 생각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이 니혼말을 우리말인 줄 잘못 알고 쓰며 삽니다. 정치·경제·교육·문화·사회·혁명·운동·환경·노동·민족은 니혼 한자말입니다. 거기에 걸맞은 우리말은 “다스림·살림·배움·삶꽃·모둠·뒤엎기·뮘·터전·일·겨레”입니다. 우리말이 더 어렵지요? 그만큼 우리가 거꾸로 된 말살이에 물들어 있습니다.”
2014해 봄, 국어학자 빗방울 김수업은 골잘 최인호, 날개 안상수, 들꽃 주중식, 마주 박문희, 한꽃 이윤옥, 그리고 한실 최석진을 모아 일곱 사람을 겨레말 살리는 뜻을 일으킨 ‘세움이’로 하여 우리말을 쉽게 풀이한 “배달말집”을 짓기로 뜻을 모았다. 말집(사전)을 펴내는 큰 과녁은 ‘우리말을 살리고 가꾸어 서로 뜻을 쉽고 바르게 주고받고, 겨레말 속살을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풀이한 책을 지어 펴내는 일’이었다. 2018년 빗방울이 돌아가시자 한실과 푸른누리는 뜻을 이어받아 6년 동안 우리말을 다듬고 새말을 찾았다.
『푸른배달말집』은 다음과 같은 밑벼리(원칙)으로 지었다.
- 배달말을 으뜸 올림말로 잡아 풀이하고 보기말(용례)을 되도록 입말로 들었다.
- 호미, 메주, 빵 같은 들온 말을 배달말과 똑같이 다뤘다.
- 일본말에서 건너온 한자말과 쭝궈에서 들어온 한자말은 널리 쓰더라도 버릴 말로 여겨 쉬운 우리말로 다듬었다.
- 잉글말 같은 하늬말도 버릴 말로 여겨 다듬었다.
- 버스, 카드 같은 요즘 들어온 하늬말 가운데 널리 쓰는 말은 들온말로 여겨 배달말처럼 다뤘다.
- 대중말(표준말)에 배달말이 없을 때는 고장말(방언, 사투리)이 있으면 그 배달말을 올림말로 삼았다.
이 책은 씨갈래(품사) 이름부터 풀이를 비롯한 모든 말을 우리말로 썼다. 새로 지은 말들도 있지만 이미 우리 안에 있던 말이 더 많다. 새말을 담으려 애쓰기보다는 이미 있는 우리말이 사람들 사이에서 더 많이 불리는 일을 먼저로 했다. 1560쪽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올림말과 그 풀이는 씨갈래부터 익은말(관용구), 슬기말(속담)까지 말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종요롭다. 말을 처음 배우는 어린이부터 “어진 사람”인 어른까지, “차근차근 곱씹고 되새기면서, 우리말을 이제 처음으로 익힌다고 여기면서” 살핀다면 “모든 사람이 저마다 제 삶터와 마을과 보금자리에서 문득 생각을 빛내고 밝혀서 스스로 새말을 짓는 징검다리 노릇을 할 낱말책“이다.
추천사
밤이 걷히면서 새벽이 밝듯, 고요히 앞꿈을 그리는 마음을 담은 말로 생각을 엽니다. 사람으로서 새랑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마음을 말소리로 얹어서 낱말책을 여민다면, 어른은 어른스럽고 아이는 눈을 밝히면서 이 낱말 꾸러미로 기쁘게 말빛을 살펴볼 만합니다. 후다닥 읽고서 외우려 한다면, 외우지도 못하지만, 마음에 남지도 않습니다. 느긋느긋 읽으면서 나긋나긋 새길 적에, 비로소 온 마음으로 스며들면서, 생각이 깨어나는 빛을 느낄 만합니다. 차근차근 곱씹고 되새기면서, 즐겁게 손보고 더하고 다듬고 고치고 살피는 매무새로, 우리말을 이제 처음으로 익힌다고 여기면서 눈뜰 수 있기를 바랍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낱말책인 『푸른배달말집』을 곁에 놓는다면, 하루하루 자라나고 말결을 느끼면서, 차곡차곡 북돋우는 말살림을 누릴 만하리라 봅니다.
나는 한뉘(평생)도록 삶갈(철학)하는 사람으로 살아왔다. 일찍이 ‘우리 생각(사상)’ ‘우리 삶갈(철학)’을 알아보고 간추려 누리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우리말 삶갈말집(철학사전)’을 펴냈고, 여러 뜻맞는 이들과 함께 ‘우리말로 갈(학문)하기 모임’을 꾸려 왔다. 이런 일을 하면서 ‘하늘 뜻’이 있음을 느낄 때가 많았다. (…) 그런데 또 하늘 뜻에 따라 『푸른배달말집』이 나온다고 한다. (…) 그 책묶음(파일)을 꼼꼼하게 살펴보며 문득 지난 마흔 해 넘는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우리말로 갈하기〉 모임에 빗방울 김수업이란 분이 계셨는데, 문학을 우리말로 ‘말꽃’이라 이름 짓고, 한뉘토록 파고든 열매를 『배달말꽃-갈래와 속살』에 담아 내놓았던 적이 있다. 아마도 ‘우리말로 갈하기’에 가장 걸맞은, 오롯한 열매라고 여긴다. 『푸른배달말집』을 펴내는 최한실 님이 이룩한 일이 바로 빗방울 님이 이룩한 『배달말꽃』 뒤를 잇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 속에서
일찍이 우리 겨레는 글 없이도 누리 어느 겨레보다 먼저 아름답고 빼어난 삶꽃(문화)을 꽃피웠습니다. 그것은 우리 겨레 옛 삶터에서 쏟아져 나온 땅속 자취에서 뚜렷이 드러납니다. 그런 훌륭한 삶꽃을 남 먼저 꽃피웠다는 것은 여러 사람이 함께 일했다는 뜻이고 사람 사이를 잇는 겨레말이 일찍 꽃피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 겨레가 우리말을 잡아둘 우리글을 지어내지 못해서 이웃 나라 한자를 빌어 적으면서 우리말을 갈무리하려고 쓴 한자 글말이 거꾸로 야금야금 입말에 섞여 들어 우리말을 잡아먹고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니혼말을 배곳(학교)에서 가르치고, 새뜸(신문)과 널냄(방송)에서 떠들고, 그위집(관청)에서 니혼말을 우리말인 것처럼 써 버릇하니, 거의 모든 사람이 이 니혼말을 우리말인 줄 잘못 알고 쓰며 삽니다. 정치·경제·교육·문화·사회·혁명·운동·환경·노동·민족……. 이런 말, 이거 다 니혼 한자말입니다. 거기에 걸맞은 우리말은 “다스림·살림·배움·삶꽃·모둠·뒤엎기·뮘·터전·일·겨레”입니다. 왜말이 쉽고, 우리말이 어렵지요? 그만큼 우리가 거꾸로 된 말살이에 물들어 있습니다.
사람은 나날이 쓰는 말로 생각을 하고 꿈을 꿉니다. 나날 말살이를 한자말로 한다는 말은 생각을 한자말로 한다는 뜻이고 자면서 꿈도 한자말로 꾼다는 뜻입니다. 얼이 한자말로 이루어집니다. 그런 사람한테 우리 겨레 얼이 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겨레 얼이 살아있는 사람은 겨레말을 쓰고 겨레말로 생각하고, 말하고 글을 써도 겨레말로 쓰고 꿈을 꿔도 겨레말로 꿉니다.
우리 겨레 글살이에 한자를 섞어 쓰느냐 한글만 쓰느냐가 처음부터 싸움을 판가름한 일이었듯이 말살이에 한자말을 섞어 쓰느냐 배달말만 쓰느냐 하는 것도 온해(백년)쯤 뒤에는 틀림없이 뚜렷이 판가름 나 있을 것입니다. 온해를 내다보고 우리말을 살려 써 갈얽이(계획)와 슬기와 꾀를 내야 합니다. 반드시 이기는 싸움이나, 처음에는 좀 힘겨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힘겨움은 우리 겨레 기운을 솟게 하고 우리 겨레가 힘을 모아 넘어가도록 하는 힘겨움입니다. 우리 다 기꺼이 우리말을 살려 쓰는 길로 나아가요.
여러 이웃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찾아옵니다. 우리나라 이야기를 눈여겨볼 뿐 아니라, 우리말을 익히는 이웃도 늘어납니다. 그러나 막상 우리말을 우리말답게 살피거나 헤아리거나 누리는 길잡이로 삼을 낱말책은 얼마나 있을까요? 낱말책은 낱말을 더 많이 실어야 하지 않습니다. 새로 펴내는 낱말책이라 하더라도, 새로 태어나는 낱말을 미처 못 담습니다. 낱말책은 “더 많이 담기”가 아닌 “제대로 담기”로 나아가야 알맞고 알차며 아름답습니다.
고맙다 (그림씨) 남이 베풀어준 도움이 마치 곰(=땅)이 우리를 먹여 살려주고 보살펴주는 것처럼 마음이 흐뭇하고 기쁘다 ㉥ 언제나 우리를 보살펴줘서 고맙습니다 ⇐ 감사하다
노끝 (이름씨) ① 끌돌이 가리키는 노녘 끝 ⇐ 엔 극. 북극 ② 땅꽂이 노녘 끝 ⇐ 북극. 노끝바다 (이름씨) 노끝을 복판으로 노아메리카 와 유라시아 두 큰뭍에 둘러싸인 바다. 여름 말고는 한 해 내내 얼어있다 ⇐ 북극해. 노끝별 (이름씨) 작은곰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 ⇐ 북극성
말꽃 (이름씨) 말이나 글, 삶을 뜻겹쳐 드러내는 짜임새. 입말꽃에서 글말꽃, 번씨말꽃으로 바뀌어 왔고 크게 놀이말꽃, 노랫말꽃, 이야기말꽃으로 갈래짓는다 ⇐ 문학
버운이 (이름씨) ①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 ㉥ 버운이와 귀먹은이 (한뜻말)버워리 ⇐ 벙어리. 언어 장애인 ② 말을 배우기 앞에 귀먹은이가 되어 말을 듣지도 배우지도 하지도 못하는 사람. 갓난아이 때 골앓이나 귀앓이를 몹시 겪으면 귀먹은이가 되어 끝내 버운이가 된다 ③ 어떤 까닭으로 말을 하지 않거나 할 말도 하지 못하는 사람 ㉥ 갑작스러운 일에 나는 너무 놀라 한참 동안 버운이가 되었다 ㉮ 버운이 두 몫 떠들어댄다 말쏨씨가 없을수록 말이 많다 버운이 찬가슴 앓듯 남에게 말을 못하고 혼자서만 끙끙 앓는 꼴.
시위잠 (이름씨) 활시위처럼 웅크리고 자는 잠 ㉥ 방이 추워 시위잠을 잤더니 온몸이 뻐근하다
쪽배달 (이름씨) 가웃달보다 조금 우묵하게 팬 쪽배꼴 달 ㉥ 새벽 푸르스름한 하늘에 쪽배달이 떴다. (비슷한말) 조각달 ⇐ 편월
하늘말무덤 (이름씨) 사라사고장 서라벌에 있는 시라 때 무덤. 하늘말그림, 보갓, 보허리띠 들이 나옴 ⇐ 천마총. 하늘말자리 (이름씨) 가을철 노녘 하늘에 보이는 별자리 ⇐ 페가수스자리
차례
머리말
나눔글
일러두기
가갸
나냐
다댜
라랴
마먀
바뱌
사샤
아야
자쟈
차챠
카캬
타탸
파퍄
하햐
고마운 분들께